친환경 생활용품 브랜드 ‘코코리 제주’를 운영하는 양홍석 대표(46·사진)는 제주산 파치귤을 원료로 천연 세제, 손세정제 등 생활용품을 생산한다. 파치귤은 크기나 모양이 판매에 적합하지 않은 ‘못난이 귤’을 말한다. 제주 감귤농가의 골칫거리였던 못난이 귤은 양 대표가 운영하는 제주클린산업을 통해 친환경 생활용품의 원료로 재탄생했다. 2016년부터 고향인 제주시에서 사회적기업 제주클린산업을 운영 중인 양 대표와 전화 인터뷰로 환경 및 지역 상생과 연계한 ‘코코리 제주’의 브랜드 이야기를 들어봤다.
●파치귤 ‘농가에는 소득, 기업에는 친환경 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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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코코리’는 제주 방언으로 ‘깨끗하게’라는 뜻”이라며 “청정지역 제주의 좋은 원료로 깨끗한 생활용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브랜드 이름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2018년부터 제주 농가와 계약을 맺어 파치귤을 공급받고 있다. 계약 농가가 파치귤을 모아 놓으면 약속한 날짜에 직접 파치귤을 수거한다. 기업은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할 수 있고 농가는 파치귤로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양 대표는 “제주 감귤이 매년 약 40만t 이상 생산되는데 이 중 15~20%가 파치귤로 분류돼 가공용으로만 쓰이거나 버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치귤 판매 가격은 1kg당 300원에 불과해 상품용 귤의 10분의 1 수준이라 농가에게는 큰 손해”라고 덧붙였다.
감귤 농가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어 계약 농가 수가 점차 늘었다. 초기 10~15개였던 계약 농가수는 40~50곳으로 늘었고, 처음에 1t 가량에 불과했던 파치귤 수거량은 180~200t으로 증가했다.
수거한 파치귤은 세척 과정을 거쳐 통째로 착즙된다. 감귤을 착즙하고 남은 찌꺼기 감귤박에 고압·고온을 가하면 천연 향료, 색소, 오일 등이 추출되는데 이 성분이 코코리제주의 천연 세제, 손제정제 등에 들어가는 천연 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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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클린산업의 환경 보호 노력이 알려지면서 여러 기업에 제품 공급 계약을 맺을 기회도 찾아왔다. 2023년 대한항공에 이어 올해 초 진에어와 코코리제주 손세정제 공급 계약을 맺었다. 양 대표는 “수입산 손세정제를 사용하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국내 친환경 손세정제 업체를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비즈니스석과 진에어 비즈니스석 및 이코노미석 등에 코코리제주 손세정제가 비치돼있다.
설립 초기 매출은 연간 1~2억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약 12억 원으로 증가해 양 대표는 올해부터 식품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젤라틴, 잔탄검 등 첨가물 대신 우뭇가사리 등 천연 유래 원료를 사용한 건강 간식 ‘코코리 샤벳젤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양 대표는 “앞으로는 유기농, 친환경 인증 감귤을 사용한 식품 및 화장품 브랜드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행복나래 본부장은 “코코리제주는 환경과 지역 상생 두 가치를 동시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이라며 “사회문제 해결, 지속 가능성을 함께 추구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행복나래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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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