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법’ 보조금으로 4억3330만 주 매입 89억 달러로 지분 10% 획득 “美기업, 기업사냥꾼보다 트럼프 더 걱정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최근 경영난에 빠진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분 10%를 미국 정부가 획득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이 같이 밝혔다.
미국 정부가 89억 달러(약 12조3300억 원)를 들여 인텔 주식 4억3330만 주를 주당 20.47달러에 매입하기로 한 것으로, 세계 최대 시장경제 국가인 미국에서 정부가 민간 기업의 최대주주가 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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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23일 “미국이 중국, 러시아 같은 ‘국가 자본주의’를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미국의 자유시장 원칙보다 1960년대 유럽의 국가 자본주의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칩스법’ 보조금으로 인텔 주식 매입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텔 주식 매입 사실을 공개하며 “우리는 이와 같은 거래를 많이 한다. 나는 (이 같은 거래를) 더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많은 기업의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인텔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11일 백악관을 찾았던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자신이 당시 이 같은 지분 거래를 협상했다고도 공개했다. 탄 CEO는 말레시이아계 화교 출신으로 중국과의 연계 의혹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및 집권 공화당으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았다. 탄 CEO가 이 의혹을 해소하고 계속 CEO직을 유지하기 위해 지분을 정부에 매각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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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억 달러 중 57억 달러(약 7조9000억 원)는 칩스법에 따라 인텔에 지급하기로 했던 보조금에서 나온다. 나머지 32억 달러(약 4조4300억 원)는 인텔의 보안 칩 생산을 위한 별도의 연방정부 지원금에서 마련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현재 8.92% 지분을 보유한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된다.
● NYT “美기업, 기업 사냥꾼보다 트럼프 더 걱정해야”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지분 참여가 인텔의 회생에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 지는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인텔은 한 때 부동의 세계 1위 반도체업체였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시대 변화에 뒤처졌다. 주력 제품인 컴퓨터중앙처리장치(CPU) 시장도 AMD에 밀렸고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에서도 부진하다. 로이터통신은 “인텔에 필요한 건 (정부의 지분 참여가 아니라) 최첨단 14A(1.4 나노급) 제조공정을 활용해줄 외부 고객사”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칩스법 보조금을 받는 외국 기업에도 지분 인수 시도를 포함해 각종 경영 정책에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올 6월 미 철강사 US스틸을 일본제철에 매각할 때 미국 정부가 핵심 경영 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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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