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임정은 지음/320쪽·2만 원·다산초당
책에는 이러한 생물다양성 위기에 맞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모색해 온 저자의 20년 여정이 담겼다. 명칭마저 생소한 ‘보전생물학자’인 저자는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선임연구원으로서 인도네시아, 라오스, 러시아 등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멸종위기종을 연구하고 있다. 산양, 삵, 표범 등 여러 포유류를 아우른다.
학부생 시절까지도 그의 꿈은 암을 연구하는 생명과학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우연히 찾은 동물원에서 표범에게 한눈에 반했고, “호랑이가 멸종한 한반도 현실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국내에 전례조차 없던 보전생물학자의 길이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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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전에는 별 관심이 없는 주민과 정치권, 그 과정에서 겪은 고독과 좌절이 매 순간 저자를 시험했다. 동료들 사이에선 “우리는 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자조적 농담이 자주 오간다. 그러나 저자는 “아무리 질 것 같은 싸움이라도 쉽게 포기하고 싶진 않다”며 다시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저자는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보전과 복원을 넘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방법을 찾는 모습이 따뜻한 울림을 남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