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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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만이 아니다. 모든 공동체의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끝까지 애국심을 발휘한 지도자는 성공했으나 애국심이 이기심으로 변질한 지도자는 실패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도 그렇다. 대한민국의 책임자를 자처했을 때는 역사의 유업을 남겼다. 자유당과 더불어 일하면서 그 의무가 반으로 축소됐다. 그는 정권을 위한 정치를 택했다. 종말에는 정치의 관심과 목적이 정권 유지에 기울었다. 처음에는 애국심을 갖춘 장관들과 함께 일했다. 정당을 위하면서는 정권욕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했다. 마지막에는 정권 유지와 사리사욕을 탐내는 비서진과 함께 4·19혁명을 자초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그랬다. 자기희생을 각오한 애국심이 국민의 공감을 얻어 경제 창건의 위업을 달성했다. 후에는 공화당과 함께 정권을 위한 정치를 했으나 끝에 가서는 영구집권의 이기주의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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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이 없고 애국심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대통령이 남겨준 불행한 결과가 오늘의 정치 현실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애국심을 성취할 수 있는 식견과 인격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런 동질 인사들이 정당을 차지했다. 민주주의의 정신과 세계가 지향하는 역사의 방향도 모르는 정치인들이다.
그 정당인들이 정권 쟁취와 개인적 권력, 이권을 목적으로 삼게 되면 국가와 국민의 장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예로부터 정치는 사회의 필요악이라는 개념을 남겼다. 정당인 대부분이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과 운동권 정치인들이 그런 잘못을 범한다. 정치병은 다른 것이 아니다. 공동체 안에서 유능하다고 자처하는 이기주의자들이다. 그들에게 국민은 애국심을 기대하지 못한다. 믿고 따를 만한 정치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허탈감을 느낀다.
이기주의자들이 모이면 이기적 집단이 된다. 국가 안에는 여러 공동체가 공존할 수 있다. 그러나 이기적 집단은 언제나 국가의 불행을 자초한다. 지금 한국 정당의 모습이 그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야를 가릴 필요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방향과 목적을 찾지 못하고, 국민의힘은 생명력을 상실했다. 문재인 정권이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 대통령은 겉으로는 국민통합과 법치국가를 표방했으나 안에서는 적폐청산이라는 좌파 의식을 갖고 돌이킬 수 없는 국민 분열을 불러왔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정치를 하라고 지금도 자부하고 있다. 국민이 잘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이전부터 지금까지 실용주의 정책을 앞세워 중도층 국민을 흡수했다. 겉으로는 성공했다. 그러나 실용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철학과 신념이 있어야 한다. 실용주의는 과거의 정치이념을 벗어나지 못하면 미래로 나갈 수 없다. 최대 다수의 국민이 최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 야당을 투쟁과 권력으로 억압하는 정치는 민주주의도, 실용주의도 아니다. 대화를 통해 더 많은 국민의 행복과 복지를 성취하는 방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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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국민은 이재명 민주당의 성공을 기대한다. 차선의 길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남은 길이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을 포함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애국심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을 위한 대통령이 아니다. 민주당 강경파처럼 이 대통령만 위하고 따르는 민주당이 돼서도 안 된다. 자신의 이기심을 버리고 당보다 국민을 위한 애국심을 되찾아야 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