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 실수 통해 배우는 것들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는 엄마에게 전화를 해 집으로 가고 있다며 집에 도착하면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전화는 하교 후에야 왔다. 아이는 다 잘 처리했다고 했다. 엄마는 “다행이네. 집에 가서 금방 찾았어?”라고 물었다. 아이는 “엄마, 집에 갔더니 없더라고요”라고 의외의 대답을 했다. 엄마는 깜짝 놀라 “어머, 그래서 어떻게 했어?”라고 물었다. 아이는 “그래서 다시 가방을 찾아봤어요. 그랬더니 가방 안에 있는 거 있죠?”라고 신기했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상황에 보통의 우리는 아이에게 어떻게 말하게 될까? A라는 엄마는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 엄마가 다시 한 번 잘 찾아보라고 했어? 안 했어? 그게 무슨 고생이니?”라고 말한다. 아이는 그 말에 “엄마, 그래도 잘 처리하긴 했잖아요”라고 대답한다. 엄마는 “‘잘’은 무슨! 다음부터는 그런 실수 안 하도록 좀 해”라고 핀잔을 준다. 이 엄마는 퇴근 후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이를 불러놓고 다시 일장연설을 한다. 엄마는 아이가 다음부터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확실히 가르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는 실수는 부끄러운 것이라고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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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잘한다! 잘한다!” 칭찬만 해준다고 자기 신뢰감이 높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감정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자기 신뢰감이 생긴다. 아이들은 부모와 말로 상호작용을 하지만 감정적인 교류도 함께한다. 아이는 부모와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자기 확신과 신뢰를 키운다. 생각보다 아이들도 매사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 많다. ‘지금 화장실을 가야 하나? 이 문제를 마저 풀어야 하나?’ ‘지금 배가 좀 고픈데, 밥을 먹는 게 나을까? 참았다가 공부 1시간을 마저 다 하고 먹는 게 나을까?’ ‘지금 메시지가 온 것 같은데, 지금 볼까? 이따가 쉬는 시간에 볼까?’… 이런 아주 사소한 것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우리는 우리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실수나 실패를 통해 뭔가를 배우는 것에 좀 인색하다. 그러다 보니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못 느낀다. 사회에서도 그렇고, 학교에서도 그렇고, 집에서도 그렇다. 그런데 가만히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뭔가를 아주 잘해야만 성취감을 느낀다면 살면서 성취감을 얼마나 느낄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자랑스러워’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가, 우리 아이들이 자꾸만 무기력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잘해서 배우는 것보다 실수해서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 실수나 실패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이것을 어릴 때부터 반복해서 가르쳐줬으면 한다. 아이가 실수나 실패를 매끄럽게 해결해 가도록 도와줬으면 한다. 자꾸 실수를 탓하면 아이는 안 하고 싶다.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탐색하고 도전하려 하지 않는다. 아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도 그렇다. 어느 분야든 초심자는 실수하면서 배워 나간다. 그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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