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타워에서 바라 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6월 넷째 주(0.43%) 이후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달 첫째 주(0.14%)에는 전주(0.12%) 대비 상승 폭이 커졌다가 둘째 주(0.10%)에 다시 축소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인 강남구(0.11%→0.15%→0.13%)와 용산구(0.17%→0.22%→0.13%)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갈지(之)’자 집값 상승 폭 변동은 6·27 대출 규제 후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소수의 거래가 통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서울에서 매매된 아파트는 653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거래는 43건에 그쳤다. 대출 규제 직전 2주(6월 14~27일)간 거래량인 6484건 대비 89.9% 급감한 수준이다. 6월 한 달간 거래량은 1만930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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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신고되는 거래가 2~3개월 전 시장을 반영하는 ‘시간차’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매수인이 집주인과 매매 약정서를 작성한 후 구청에서 허가를 받은 뒤 정식 계약서를 작성한다. 약정서 작성 때 결정한 가격이 시차를 두고 신고되기 때문에 최근 신고된 가격은 2∼3개월 전 매수인과 매도인이 합의한 금액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서울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상황에서 서울 집값 통계에 시간차가 발생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3930채 규모 대단지지만 8월 매매 거래가 한 건도 등록되지 않았다. 지난달 전용 82㎡가 45억2500만 원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신고가를 썼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7월 등록된 거래 역시 대출 규제 전 미리 약정서를 쓰고 체결된 거래로, 토지거래허가를 받느라 뒤늦게 등록된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은 줄었지만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수도권에서 거래된 20억 원 초과 아파트 3건 중 2건(66.1%)은 신고가로 집계됐다. 이어 10억 원 초과 20억 원 이하(23.7%), 5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2.9%) 순으로 나타났다.
윤지해 부동산R114리서치랩장은 “지금 상승 폭이 둔화됐다는 통계가 약세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시장에 내성이 더 쌓이기 전에 대출과 세금, 공급 등을 망라한 종합 부동산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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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