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일본오픈 트로피 복원하며 한국 이름 ‘연덕춘’ 새겨넣어
한국 1호 프로골퍼 연덕춘 선생이 1941년 일본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찍은 기념사진. 일본골프협회(JGA)는 이해 일본오픈 챔피언을 일본 국적인 노부하라 도쿠하루(延原德春)로 소개하고 있었지만 한국골프협회(KPGA) 요청으로 한국 선수 연덕춘으로 정정했다. KPGA 제공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일본골프협회(JGA)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 1호 프로골프선수 고(故) 연덕춘 역사와 전설을 복원하다’ 행사를 열고 6·25전쟁 당시 유실됐던 연 선생의 1941년 일본오픈 우승 트로피를 복원해 공개했다.
연덕춘 선생은 1941년 일본오픈 정상을 차지하며 한국 골프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 우승은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생(1912~2002)의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과 더불어 일제강점기에 한국인의 위상을 높인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공식 기록상 일본인 노부하라 도쿠하루(延原德春)가 이해 일본오픈 우승자로 남아있었다. 원본 트로피에 적힌 이름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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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후 12일 공개한 1941년 일본오픈 우승 트로피에는 일본 이름 대신 한국 이름 ‘연덕춘’을 새겨넣었다. KPGA 제공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야마나카 히로시 JGA 최고 운영 책임자(COO)는 만장일치 결정 배경에 대해 “연덕춘 선수는 우승 당시에는 정치적 상황 때문에 일본 이름으로 불렸다. 하지만 한국 분이고 한국인 최초로 일본오픈에서 우승한 선수다. 일본 이름으로 기록에 남기보단 당연히 한국 이름으로 역사에 남는 게 맞지 않겠나 생각했다”면서 “연덕춘 선수가 하늘에서 기뻐하고 계신다면 우리도 같은 마음”이라고 했다.
야마나카 히로시 일본골프협회(JGA) 최고 운영 책임자(COO·왼쪽)와 김원섭 KPGA 회장이 연덕춘 선생의 1941년 일본오픈 우승 트로피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연덕춘 선생은 한국 최초 골프장인 경성컨트리클럽에서 캐디로 일하다 일본인 프로에게 선물 받은 아이언으로 연습하며 프로 골퍼의 꿈을 키웠다. 1935년 일본 관동골프연맹에서 한국인 최초로 프로자격증을 따고 일본 투어 생활을 시작한 연덕춘 선생은 1958년 한국 최초의 프로골프 대회인 K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은퇴했다. 이후 국내 1세대 프로골퍼 후배 양성에 힘을 쏟으며 1968년 KPGA 창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KPGA 1호 회원이자 2대 회장으로 한국 골프 행정 기틀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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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