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정치 혼란에 분양 미뤄져… 6·27 대책에도 선호 지역 거래량은 견조
서울 시내의 한 견본주택. 뉴스1
지난 15년간 8월 미분양 급감
우선 신축 아파트 시장의 온도를 가장 빠르게 감지할 수 있는 미분양 물량을 살펴보자. 2010∼2024년 데이터를 계절별로 추려보면 겨울을 지나면서 가파르게 감소하던 미분양은 초여름인 6~7월 급증세를 보인 후 8월 감소하는 패턴을 보인다(그래프1 참조). 여름휴가 행렬이 정점을 찍는 8월에 미분양이 급감한다는 사실은 의외다. 미분양의 주된 원인은 분양 물량 증가다. 지난 15년간 분양 물량 데이터를 보면 5월 약 3만 채로 정점을 찍지만, 초여름인 6~7월에도 약 2만9000채라는 적잖은 분양이 이어진다. 건설사나 시행사는 주로 주택 수요가 많은 봄에 분양을 한다. 하지만 인허가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분양이 수개월 미뤄지면서 6~7월에도 봄 못지않은 분양 물량이 생기는 것이다.
올여름은 분양 물량 증가가 더 두드러진다. 혼란스러운 정국으로 미뤄진 약 6만 채 규모 분양이 7~8월에 집중된다. 일정이 미뤄진 만큼 상당수 물건이 상품 구성과 단지 설계에 더욱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마다 올해 들어 처음 선보이는 단지가 적잖아 양질의 분양 공급이 예상된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8월 미분양 급감 패턴’을 감안하면 올여름 피서보다 알짜 미분양 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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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효과가 강력하다고 알려진 거래량 통계를 살펴보자. 지난 15년간 월별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3만8000건을 기록한 1월을 제외하고는 통상 5만 건 안팎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부동산 거래량의 계절 효과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거래량의 계절 효과는 약해지고 있다. 원인은 ‘부동산의 정치화’다. 갈수록 심해지는 부동산 양극화는 국민의 ‘부동산 감수성’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뿐 아니라 앞선 윤석열 정부도 은행의 대출 기조를 수시로 통제하며 민간의 대출총량과 금리 수준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계절에 상관없이 정부가 대출을 조이는지, 은행이 가산금리를 높이는지 여부에 따라 주택 거래량이 춤추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단순히 거래량의 양적 증감만으로는 부동산시장 흐름을 읽기 어려워졌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거래량의 질적 분석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강력한 6·27 부동산 대책이 나온 후 시장에선 관망세가 이어지며 거래량이 급감했다. 여기서 중요하게 체크할 포인트는 거래량이 얼마나 감소했는지가 아니라, 6월 27일 당일 막차 수요가 몰린 곳과 해당 부동산 대책이 나온 후에도 거래가 꾸준히 이뤄지는 곳이 어디인지다.
6·27 대책 당일 거래가 가장 많이 이뤄진 행정동(洞)은 서울 양천구 목동이었다. 무주택인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막차 수요의 중심이었던 것으로 읽힌다. 이들은 높은 소득을 레버리지 삼아 향후 자산가치까지 기대되는 학군지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그 외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와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에선 주요 아파트 단지 거래가 몰렸다. 해당 지역에서도 대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들이 상급지 아파트를 잡을 수 있는 막바지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6·27 대책이 나온 후에도 5억∼7억 원대 양질의 신축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경기 화성과 평택의 경우 견조한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가 계절적 영향이 아닌 규제 변수에 따라 춤추는 시대임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6·27 대책 발표를 계기로 ‘회생’ 대상인 지방 부동산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방 부동산 투자자라면 더욱더 여름에 집중해야 한다. 정확히는 수도권 거주자가 몰려드는 여름 피서지가 어디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인구 쏠림은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으로 보인다. 보수와 진보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정부의 지방 살리기 정책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이는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주 인구 회복이 요원한 지방 부동산시장의 관건은 수도권 거주자의 투자처 혹은 세컨드하우스로 낙점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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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평가 중요 요소 ‘침수 위험도’
그렇다면 지방 도시 가운데 수도권 거주자들에게 매력을 인정받을 곳은 어디일까. 컨슈머인사이트 분석에 따르면 국내 여행 트렌드는 ‘자연 휴양’에서 ‘지방 도심 체험·소비’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여행자와 현지인이 추천한 여행지 1위로 ‘재래시장’이 꼽혔고, 그중에서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과 깡통시장, 국제시장 등이 높은 선호도를 기록했다. 마침 부산은 올해 원도심을 15분 생활권으로 잇는 수소트램 ‘부산항선’ 건설 추진과 시민공원 일대 재개발 가시화, 해양수산부 이전 등 호재가 많다.
여름이 부동산 투자에 기회만 되는 것은 아니다. 극한 호우가 늘면서 ‘침수 위험도’가 부동산 입지와 가치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를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생활안전지도’ 홈페이지에 따르면 서울 강남역 업무지구와 수서역, 신도림역, 구로디지털단지역 역세권의 침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과천역과 구리역 역세권, 인천 동막역~동춘역 역세권도 침수 주의 지역인 것으로 드러났다. 극한 기후가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라면 관련 부동산 입지 위험도를 비중 있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99호에 실렸습니다〉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