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리 작가 첫 장편 ‘각자의 정원’ “교통난-집값 문제로만 접근 찬반 모두 자연을 도구로만 봐”
이안리 작가
이안리 작가(39)는 보자마자 낯선 물음부터 던졌다. 성산 일출봉 하면 ‘파란 하늘 아래 짙푸른 융단’이 떠오르건만 왜 밤 얘길 꺼낼까. “아니요”란 답에, 이 작가는 관람 시간이 끝난 뒤 주차장에서 봉우리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어둡고 거대한 게 눈앞에 있는데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은 언제나 그대로 있는데, 제 처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존재로 다가오는 게 늘 신비로워요. 이번 소설에서도 자연이 ‘재이’(주인공 소년)를 마냥 반겨주지만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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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 작가는 요즘 ‘야행성 산책’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직장과 프리랜서 독일어 통역, 글쓰기를 병행하다 보니 밤마실을 자주 나간다. 오전 2시에도 걷는데, 천변을 산책할 땐 2만 보씩 걸을 때도 있다. 덕분에 야생동물을 자주 마주친다. 그는 들뜬 표정으로 “너구리, 멧돼지는 물론 불곡산 입구(경기 성남시)에서 고라니도 봤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주 다니는 산책길에 현수막이 붙기 시작했다.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로 알려진 곳에 임대주택을 짓는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 갈등이 벌어졌다. 이 작가는 “처음엔 생태주의에 애정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린벨트를 그대로 뒀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다”며 “하지만 보존 측도 환경적인 이유가 아니라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예상되는 교통난이나 집값 (하락) 문제 등의 이유로 접근하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결국 “찬반 측 모두 자연을 도구로 본다는 점에서 반감이 들었다”고 한다.
“저를 포함한 인간은 다른 대상을 어떻게 해볼 만한 힘을 가지면 반드시 그 힘을 휘두르려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자연처럼 보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믿는 대상에게는 더 거리낌이 없죠.”
‘각자의 정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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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