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그 친구와 경쟁을 하면서도 나는 늘 의문이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걸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어날 텐데 반장님은 굳이 왜 경쟁을 시키는 걸까. 원망스러울 때도 많았다. 그러면서 이 다음에 내가 팀장이 되면 팀원들을 경쟁시키지 않으리라 다짐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팀장이 되었을 때에는 경쟁보다는 서로서로 도와가며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경쟁을 피하려고 애를 썼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 내 사업을 시작하고 보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실력 좋은 많은 도배사들과 이제 막 도배 사업에 뛰어들어 열을 올리는 젊은 도배사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을 피할 수가 없다. 고객들이 그 많은 도배사들 중에서 나를 선택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기술력과 우리 팀의 강점이 분명하게 있어야 하고, 또 그것을 드러내 보이는 홍보 또한 중요하다. 소셜미디어에 어떻게 올려야 사람들이 나와 우리 팀을 선택할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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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쟁이 싫었고 지금도 싫다. 경쟁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경쟁 상대가 미워지기도 하고, 이길 수 없으니 괜히 깎아내리게 된다. 그런 내 모습이 못나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경쟁은 나를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처음 도배를 배울 때 그 친구와 그렇게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내 실력은 훨씬 더디게 향상됐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는다면 이만큼 열심히 일하고 고민하고 발전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나는 이미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고 도배를 계속 하는 이상 이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알게 모르게 발전하고 있는 내 모습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