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교육부총리 후보자가 제자 논문을 가로챘다는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 시절 자신이 지도한 제자의 석사 및 박사 학위 논문을 요약해 학술지에 투고하면서 자신을 제1저자로 앞세우고 논문을 쓴 제자는 공동 저자로 뒤로 돌렸다는 것이다. 제자의 연구를 본인 성과로 꾸민 것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자 심각한 연구 윤리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자 성과 가로채기 의혹이 제기된 논문은 모두 4편이다.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는 제자의 학위 논문을 요약 수정한 것이라는 각주도 달지 않았다. 특히 국민의힘이 9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09년 발표한 논문의 경우 ‘사용하고 않았으며’라고 틀리게 쓴 대목까지 제자의 학위 논문과 똑같았다. 하루 전에는 제자 논문에서 ‘10m 정도’라고 나오는 대목을 ‘10m wjd도’로 오타를 낸 사실이 공개됐다. ‘wjd’는 한글 ‘정’을 컴퓨터 자판 영문으로 잘못 입력한 것이다. 제1저자라면서 제자 논문을 ‘복붙’ 수준으로 가져다 쓰거나 베껴 쓴 뒤 확인도 안 했다는 뜻이다.
이 후보자 측은 “건축 분야는 교수가 큰 프로젝트를 받아오면 함께 수행하고 제자가 세부 주제로 논문을 쓰는 게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문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이 제1저자가 되는 것이 상식이고 올바른 연구 윤리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제자의 석사 논문을 학술지에 공동 발표하면서 자신을 제1저자로 게재해 지명이 철회된 적이 있다. 이 후보자는 2018년에도 제자의 학위 논문을 제1저자로 발표했는데 윤리 기준이 강화된 후의 연구 행위는 더욱 엄격한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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