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굴착공사 현장점검 동행해보니 계측기 설치 지점 제멋대로 바꾸고 붕괴 막는 버팀보 주변엔 설치 안해 점검단 “붕괴 조짐 모를수도” 지적 지하터널 공사장 바닥엔 물 가득 비용탓 방수 대신 배수… 안전 우려 현장선 “30년 작업했는데 문제없다”
동아일보와 한국지하안전협회는 지반, 지반침하 이력 등을 반영한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만들어 각 동의 안전등급을 1~5등급으로 분류했다. 5등급은 가장 안전도가 낮은 등급이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등록된 2018년 이후 서울 싱크홀 지점 132곳 중 90곳이 4, 5등급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서 현재 진행 중인 지하 10m 이상 굴착공사(최근 1년 이내 완공된 곳 포함)는 총 196곳이었다. 그래픽=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올해 4월 정부가 굴착공사 현장점검애 나선 서울의 한 지하차도 공사장 입구에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세워둔 콘크리트 기둥 표면에 튀어나온 부분 일부는 점검단이 손가락을 갖다 대자 부서졌다. 히어로콘텐츠팀
점검단은 공사장 입구에서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콘크리트 기둥부터 살폈다. 표면에 균열이 보였다. 이곳 지반은 돌이 아니라 흙이 대부분이었다. 지반이 단단하면 시공이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한 토류판(흙막이 벽체)을 쓴다. 반면 지반이 붕괴되기 쉽거나 불안정한 곳은 콘크리트 기둥을 쓴다. 콘크리트를 타설해 벽을 세우는 방식으로, 시공이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이곳은 콘크리트 기둥이 있었다.
계측기 설치 지점을 마음대로 바꾸면 싱크홀 조짐을 감지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점검단 관계자는 “애먼 곳에 계측기를 설치하면 붕괴 조짐을 모를 수도 있다”고 했다.
설계상 계측기가 설치돼야 하는 지점(오른쪽 아래)과 실제 설치지점(왼쪽 위)이 2개 차로 넓이(약 6m) 떨어져 있다. 현장 관계자들은 설계상 계측기 위치가 차도 위라 설치와 점검이 어려워 차도 옆 공터에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히어로콘텐츠팀
공사장 붕괴를 막기 위해 설치된 버팀보들 주변에도 계측기가 없었다. 흙더미가 누르는 하중의 변화를 측정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였다. 바로 위에는 덤프트럭, 중장비 차량 등이 지나다녔다. 점검단은 현장 관계자들에게 “공사할 때 불안하지 않냐. 수천억 원을 쓰는 공사인데 계측기 비용 2억∼3억 원을 아끼느냐”고 지적했다.
히어로팀이 5월에 찾아간 경기의 한 지하철 공사장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김태병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은 현장에 도착한 뒤 계측기 위치부터 확인했다. 흙막이 벽체 곳곳이 돌출되는 등 이상 징후가 보여서다. 현장 관리자는 반대편 벽면을 가리키며 “계측기는 저쪽에 설치돼 있다”고 했다. 원래 있어야 할 곳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현장소장이 ‘문제없다’는 식으로 말하자 김 정책관은 “걱정이 된다. 최근 사망 사고가 난 굴착공사 현장들 돌아보면 소장님들은 다 ‘내가 30년 작업했는데 이렇게 해서 문제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지하철 터널 굴착공사현장. 터널 가장자리 부분에 물이 고여있다. 터널 공사는 물을 완전히 막는 방수형과 들어오는 물을 펌프로 빼내는 배수형으로 구분되는데 배수형의 공사비가 더 저렴하다. 국내 도심지 터널의 90% 이상이 이렇게 물을 빼내는 방식을 택한다. 히어로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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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콘텐츠팀
▽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경기도 한 지하철 터널 굴착공사현장. 터널 가장자리 부분에 물이 고여있다. 터널 공사는 물을 완전히 막는 방수형과 들어오는 물을 펌프로 빼내는 배수형으로 구분되는데 배수형의 공사비가 더 저렴하다. 국내 도심지 터널의 90% 이상이 이렇게 물을 빼내는 방식을 택한다. 히어로콘텐츠팀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