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간첩법을 개정해 외국을 위한 스파이 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형법 98조인 간첩법은 북한을 뜻하는 적국을 위해 국가·군사기밀을 넘긴 사람만 처벌하도록 규정했는데 대상을 외국으로 넓히자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여야 합의로 이런 내용의 간첩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 소위를 통과했지만 전체회의 처리가 미뤄지다가 12·3 비상계엄 사태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외국의 스파이 활동으로 인한 안보 위협은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인들이 군사기지와 국정원 등 국가 중요시설을 무단으로 촬영한 사건만 최소 11건이다. 현역 병사를 포섭해 한미 연합훈련 계획 등을 수집한 중국인이 올해 구속됐고, 지난해엔 중국 정보기관 요원에게 블랙요원 명단을 건넨 군무원이 적발됐다. 유출 대상이 북한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에겐 7년 이상 징역에 최고 사형이 가능한 간첩죄보다 형량이 가벼운 군사기밀보호법 등이 적용됐다. 갈수록 노골화하는 간첩 활동을 엄단하기 위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첨단기술 강국인 한국을 노린 해외 산업 스파이도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그에 대한 처벌 역시 미흡하다. 검찰에 따르면 최근 6년간 396건에 달한 기술 유출 관련 기소 건수 중 30% 이상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핵심 첨단 기술이었고, 70% 이상이 중국과 연관됐다. 기술 유출이 5년간 우리 산업에 미친 피해액은 23조 원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최고 15년 이하 징역인 산업기술보호법이 주로 적용돼 죄질이나 피해 규모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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