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분과위원장)가 암을 치료할 수 있도록 만든 표적항암제인 엔허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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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은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4기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행되면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40, 50대 여성 질병 사망 원인 1위이기도 하다. 유방암 치료법은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 호르몬 수용체와 세포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 발현에 따라 달라진다. HER2는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다. HER2 수용체가 있는 암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재발과 전이가 흔해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꼽힌다.
● HER2 전이성 유방암 겨냥한 표적치료제
HER2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세대 표적항암제 허셉틴(트라스투주맙)이 출시돼 HER2 유방암은 ‘치료 가능한 암’이 됐고 최근에는 또 다른 표적항암제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이 등장해 기대여명이 크게 늘었다. 손주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분과위원장)는 “엔허투는 HER2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병의 진행과 사망 위험을 72% 줄였다”며 “무진행 생존기간도 4배 이상 늘었다. 이제 엔허투는 2차 치료에서 표준 치료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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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R2 정도에 따른 유방암 환자 세분화
최근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표적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손 교수는 “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HER2 양성 유방암, 삼중 음성 유방암 등 3가지로 구분됐다.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게만 HER2 표적치료가 가능했다”며 “최근 엔허투가 HER2가 조금만 있는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이면서 HER2 발현 정도에 따른 유방암 분류가 HER2 양성, HER2 저발현, HER2 음성으로 세분화됐다. HER2 유전자가 암세포 표면에서 조금이라도 확인되면 표적항암제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허투 표적치료제 등장해 HER2 저발현 환자도 치료 대상이 됐다. 유방암 분류도 최근 변경됐다.
HER2 저발현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40%다. 기존 호르몬 양성 유방암으로 분류된 유방암 환자 약 60%와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절반이 ‘HER2 저발현’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HER2 저발현 환자는 먹는 호르몬제에 내성이 생기면 기존에는 세포독성항암제만 사용할 수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엔허투는 무진행 생존기간을 기존 5.4개월에서 10.1개월로 2배 가까이로 늘리고 사망 위험도 36% 낮췄다. 손 교수는 “이전에는 선택지가 제한적이었지만 이제 엔허투로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삶의 질과 생존 가능성까지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는 전이성 유방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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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에서는 엔허투를 사용해 HER2 양성 환자가 완치될 수 있으며 HER2 저발현 환자도 기존 치료제보다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손 교수는 “HER2 저발현 환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를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며 “환자와 가족이 끝까지 치료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