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 부동산 의혹, 닷새만에 사퇴 질문지 이외 검증 수단 없어 한계 李 임명 의지에 검증 소홀 가능성 與 비주류 사퇴 압박, 갈등 조짐도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오광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이재명 정부 고위공직자 첫 낙마 사례로 기록됐다. 특히 인사 검증을 총괄해야 할 민정수석이 닷새 만에 낙마한 것을 두고 여권 내에서도 검증 절차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 수석이 어젯밤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 대통령은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을 감안해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앞서 오 전 수석은 아내가 보유한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을 A 씨에게 명의 신탁해 차명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해당 보도 직후 오 전 수석은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 대통령이 한 차례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차명 재산 의혹은 오 전 수석이 검증 과정에서 스스로 밝힌 바 있었다”며 “본인이 언론을 통해 사과 입장을 내면서 넘어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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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초기 인사 검증 과정에서 약 60개 항목, 200여 개의 질문이 담긴 고위공직 예비후보 사전질문지 외에는 별다른 검증 수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전질문지에도 본인과 가족의 민사소송 전력이나 부동산 명의신탁 등에 대해 진술하도록 돼 있는 만큼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충분히 확인 가능했던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사법연수원 동기인 오 전 수석에 대한 임명 의지를 밝힌 가운데 민정라인이 검증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선 과정에서도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재를 찾는 작업을 했지만 외부로 소문이 날까 봐 적극적으로 검증 절차를 거칠 수 없었다”며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해서도 공개된 기본적인 정보 외에는 더 알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 전 수석의 사임 과정에서 일부 당내 비주류 그룹을 중심으로 사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친명(친이재명)계와의 계파 갈등 조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 핵심 의원은 “당내 일부 운동권 세력들이 오 전 수석 낙마를 주도한 것 아니냐”며 “이른 낙마로 이재명 정부가 ‘도덕 불감 프레임’에 빠져 버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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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