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탈북민 처한 현실 사회 숙제”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자료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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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며 마을버스를 훔쳐 통일대교로 돌진한 30대 탈북민 남성 A 씨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북한에서는 하루 이상 굶어 본 적이 없는데, 남한에서는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못 먹는 제 모습을 보니 돈이 없으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는 국가보안법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하고, 이 형의 집행을 3년간 유예했다. A 씨는 지난해 10월 1일 오전 1시경 경기 파주시 문산읍의 한 차고지에서 차 키가 꽂혀 있던 마을버스를 훔쳐 북한으로 건너가기 위해 통일대교로 향했다. 버스는 통일대교 남문 초소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들이받고 군사시설 보호구역에 진입해 약 900m를 더 달렸다. 그러나 북문 초소에서 군인들이 총을 겨누며 진입을 막았고 A 씨는 현장에서 붙잡혔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A 씨는 북한 양강도 혜산시 출신으로, 2011년 12월 한국에 입국해 일용직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2018년 다리를 다친 뒤 건강이 악화됐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졌다. 그는 고시원에 살며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등 열악한 생활을 하는 동안 월북을 고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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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인이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을 찬양하거나 동조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이 사건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대한민국 사회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이 처한 현실을 일부 보여주는 것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로 이해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조승연 기자 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