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성남 소년공, 역대 최다 득표수로 21대 대통령 당선
이재명 대통령이 6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지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밑바닥에서 출발한 소년공 이재명은 6월 4일 49.29% 득표율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41.15%)를 따돌리고 6·3대선에서 승리했다. 1728만7513표를 받아 대한민국 건국 이래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대한민국 권력 정점에 오르기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삶은 숱한 고난과 역경으로 가득했다. 흙수저로 태어나 사법시험 합격, 세 번의 대권 도전 끝에 대권을 거머쥔 이 대통령의 삶은 그가 밝힌 대로 겁 없는 여정 그 자체였다.
흙수저에서 변방 정치인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대양실업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하던 시절 모습.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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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변방에서 시작한 정치 도전 역시 쉽지 않았다. 2006년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에서 연이어 낙선했다. 2010년 두 번의 도전 끝에 성남시장에 당선해 선출직 공무원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릴 적 겪었던 가난과 비주류 정체성은 성남시장 시절 실행한 청년배당과 지역화폐 제도 등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정책을 세우는 데 영향을 끼쳤다.
두 번의 탄핵이 만든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30대 시절 변호사로 일하던 모습. 동아DB.
이 대통령은 19대 대선 이듬해 치른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당선했다. 이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20년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 정치적 행보에 탄력이 붙어 2022년 20대 대선에 다시 한 번 민주당 후보로 나섰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맞붙어 0.73%p 차로 낙선한다.
2022년 대선 과정에서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가 터져 나왔고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다시 한 번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2023년 2월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자 이 대통령은 부결을 호소했지만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이탈로 가결되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흉기에 목을 찔리는 피습사건을 겪기도 했다. 정치적·신체적 위기를 모두 넘긴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자리에 올라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 의석만 175석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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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지자체장에서 권력 정점에 오르는 동안 이 대통령은 자신이 비주류, 아웃사이더, 변방임을 자처했다. 그 과정에서 ‘싸움닭’ ‘사이다’ 같은 별명을 얻었다. 기득권에 대한 반발심 및 투사 기질로 국민 통합을 이루지 못할 거라는 우려와 소외 경험으로 국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동시에 나온다. 현재 법원에서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이 진행 중인 점도 신임 대통령에게 따라붙는 꼬리표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토대 사법연수원 ‘노동법학회’
이재명 대통령이 1989년 사법연수원 수료 당시 찍은 사진. 이재명 캠프 제공
“당시 사법연수원에는 비공식 기수 모임이 있었다. 회원들끼리 정기적으로 모여 주로 시국과 사회변혁을 의논하는 일종의 언더서클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 모임에 참여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수많은 불이익을 당해본 나로서는 당연한 선택이기도 했다.”(책 ‘이재명은 합니다’ 중에서)
이 대통령은 연수원 시절 ‘노동법학회’로 불리는 서클에 참여해 노동운동단체나 인권단체 등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이어갔다. 이들은 함께 6월민주항쟁에 참여하고 5·18 묘역을 참배하기도 했다. 이때 만난 인연(사법연수원 18기)은 이 대통령의 정치 인생에서 핵심적인 기반이 됐다. 38년 지기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대표적이다. 문병호·최원식 전 의원과 문무일 전 검찰총장,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도 노동법학회 소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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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인권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도 연수원 시절 들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당시 변호사)의 강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연수원 시절 출세가 보장된 판검사의 길과 변호사 개업 사이에서 고민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강연에서 “하고 싶은 일을 용기 있게 해라. 변호사 내가 해보니까 절대로 안 굶는다”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인권변호사를 선택한다. 올해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을 방문하기 전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기득권에 맞서며 편견의 벽 앞에서 포기하지 않던 노무현의 꿈, 지역주의와 특권의 장벽을 넘은 민주주의라는 큰 꿈을 이제 제가 이어가려 한다”고 썼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