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북한 스마트폰 구동방식 재현 “5분마다 스크린샷 비밀폴더 저장 조지 오웰의 소설처럼 주민 감시 남한의 발전은 北 주민에 큰 충격”
영국 BBC방송이 1일(현지 시간) 보도한 북한의 스마트폰 자판 사진. 남한식 표현을 입력하면 북한식으로 자동 수정되고, 경고 메시지가 뜬다. BBC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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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방송이 한국식 표현을 검열하고 이용 화면을 정기적으로 캡처하는 북한의 스마트폰 기능을 소개하며 “북한이 스마트폰을 통해 ‘조지 오웰 방식’으로 사람들을 세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를 통해 ‘빅 브러더’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감시 사회를 그려낸 영국 작가다.
1일(현지 시간) BBC와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북한의 스마트폰은 한국식 표현을 입력하면 이를 북한식 표현으로 자동 수정하고 경고 메시지를 띄운다. BBC는 지난해 말 한국의 대북 매체가 입수한 북한 휴대전화를 통해 이런 프로그래밍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줬다. 한국 여성들이 연인이나 배우자를 부를 때 많이 쓰는 말로, 드라마를 통해 북한에도 널리 알려진 ‘오빠’란 글자를 입력하자 자동으로 ‘동지’로 바뀌었다. 이어 ‘경고!: 친형제나 친척 간인 경우에만 쓸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또 ‘남한’을 입력하면 ‘괴뢰지역’이라는 글자로 변경됐다. BBC는 “오웰적 수법”이라며 “스마트폰은 북한이 사람들을 세뇌하는 데 사용하는 필수 수단”이라고 진단했다.
BBC는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스마트폰이 5분마다 자동으로 은밀하게 스크린샷을 찍어 사용자가 접근 불가능한 비밀 폴더에 이를 저장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뉴욕포스트는 “아마도 북한 당국은 비밀 폴더에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21세기 색채를 띤 기괴한 오웰식 관행”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정은 독재 정권이 기술 부문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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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북한은 2023년부터 한국식 표현을 사용하거나 한국식 억양으로 말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스마트폰을 압수할 경우 문자 메시지 등에 한국식 표현이 있는지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북한에 대한 한국) 콘텐츠 보급의 상당 부분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왔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뒤 관련 원조가 삭감되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