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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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시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해 3월 28일 서울 시내버스가 총파업 했을 때 민자 철도인 우이신설선과 신림선 민간 사업자들은 기뻐했다는 것이다. 파업으로 버스가 멈추자 비슷한 노선을 달리는 민자 철도의 하루 이용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버스 파업을 하면 지하철 이용객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소리처럼 들린다.
문제는 이용객이 늘어도 너무 많이 늘었다는 데 있다. 지난해 파업 당일 우이신설선과 신림선의 하루 수송 인원은 약 11만 명으로 평소보다 4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버스 이용객이 고스란히 지하철로 이전된 것으로 보인다.
배경은 이렇다. 신규 지하철 노선이 개통하면 분산될 수요를 고려해 미리 버스 노선을 조정한다. 버스 이용객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론 어땠을까. 우이신설선과 신림선 등 민자 철도가 개통되거나 기존 지하철 노선이 연장됐지만 버스 노선 조정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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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버스 노선과 다른 대중교통이 중복되는지를 비롯해 버스 노선 자체의 혼잡도 및 복잡성(굴곡도)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해 분석할 방침이다.
다만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실제 노선 효율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존에 달리던 버스 노선이 사라지면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라 반발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본래 지하철 노선이 새로 생기면 그것과 중복되는 버스 노선은 줄이고, 대신 지하철역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가는 데 필요한 버스 노선만 남기면 된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기존에 있던 버스를 줄이길 원치 않다 보니 중복 노선이 계속 같이 달리는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얼마나 많은 대중교통이 ‘내 집 앞’을 지나는지는 ‘집값’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수요가 줄어든 버스 노선을 조정하려 하면 공무원들은 해당 지역구 의원들에게 불려가기 십상”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최근 5년간 서울 시내버스에 투입된 재정 지원 금액은 5459억 원이다. 서울 시민 1인당 연간 약 5만5000원의 적자 보전 부담액을 내고 있는 셈이다. 버스 노선 조정은 이동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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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사회부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