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복귀 등 격변기에 무기개발 몰두 올해가 ‘국방력 발전 5개년’ 마지막 해 김정은, 방러하며 기술 이전 집중할 듯 “‘게임체인저’ 확보하면 역내 균형 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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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억제력을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 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2021년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동안 진행된 8차 노동당 대회를 마무리하는 ‘결론’에서 한 말이다. 대북 제재 해제 등 북-미 정상 담판이 결렬된 이후 처음 열린 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은 차기 9차 당 대회 전 향후 5년의 국정운영 방향이 체제 수호를 위한 국방력 강화에 집중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런 배경으로 김 위원장이 제시했던 국방력 발전 5개년(2021∼2025년) 계획이 올해로 마지막 해를 맞았다. 우리 당국은 김 위원장이 나열한 국방 과업 상당수가 진전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이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는 사이 북한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첨단무기 개발에 몰두해 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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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과 달리 한반도 정세도 북한에 유리하게 조성된 상황. 우리 당국은 북-러 밀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등 대외 정세가 북한의 전략무기 개발 속도나 이를 검증하는 도발 방식·시점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더 커진 SSBN, 사거리 증가한 극초음속미사일
한미 당국은 지난해부터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부두 앞 건조동에서 북한판 전략핵추진잠수함(SSBN)이 건조되는 동향을 감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SSBN은 선체 길이가 100m, 배수량은 6000t 안팎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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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찰전력 개발에 러시아 지원 이뤄져
국방정보본부는 “(북한 당국이) 원인 파악 및 결함 해소 등 보완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자문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만리경-1호는 저화질 광학영상만 확보할 수 있는 조악한 수준이지만 만약 러시아가 고해상도 카메라를 제공할 경우 대미·대남 선제 핵 타격을 위한 ‘눈’을 북한이 갖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김 위원장은 사실상 남한 전역을 의미하는, ‘500km 전방 종심(작전구역 끝)’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 개발을 지시했다. 미국의 고고도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RQ-4), 무인공격기인 리퍼(MQ-9) 외형을 빼닮은 새별-4, 9형은 “외형만 유사할 뿐 현재는 초기 개발시험 단계”로 평가된다. 다만 국방정보본부는 “북한이 올해 3월 새별-4형 시험비행을 공개했는데 2023년 7월 열병식 때보다 기폭 연장 등 외형 변화가 식별됐다”고 했다. 북한은 17일 새별-9형이 정밀활공유도폭탄을 탑재한 모습도 1년 10개월 만에 노출했다.
● “우크라 종전·대미 협상 전 ICBM 정상 각도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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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전술핵탄두 ‘화산-31’을 공개한 북한은 이를 검증하기 위한 7차 핵실험 시점 역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당국은 화산-31이 대남용 단거리미사일 대부분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방정보본부도 “핵 보유국의 소형화 달성 기간은 평균 7년인데 6차 핵실험 이후 8년이 경과됐다”면서 “상당한 수준의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다”고 봤다.
● 파병 반대급부로 ‘게임체인저’ 무기 기술 받아낼 수도
단기적으로 북한은 5개년 계획 달성을 위해 러시아 기술 이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전승절’에 불참한 김 위원장이 늦어도 가을 전 단독 회담차 방러해 파병 반대급부를 받아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당국도 북한이 만약 SSBN의 소형 원자로 기술이나 ICBM의 대기권 재진입·다탄두 기술, 최신형 전투기 등 첨단 기술을 이전받는 상황을 ‘레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전쟁의 판도를 뒤바꿀 ‘게임체인저’ 무기를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확보한다면 역내 힘의 균형이 깨질 것”이라고 전했다.
일단 북한은 늦어도 내년 초 진행될 9차 당 대회에서 5개년 계획의 성공적인 완수를 선언하며 재래식 역량 강화를 포함한 새로운 국방력 발전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러시아라는 뒷배를 얻은 만큼 9차 당 대회 때 육·해·공군 재래식 전력 현대화가 집중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1년 1월 발표한 대미·대남 억지력 확보 목적의 핵능력 고도화 실행 계획.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