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유튜브 세계에서 ‘결혼 장려 영상’으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채널이 있다. 2023년에 개설해 2년 만에 구독자 131만 명을 모은 ‘인생 녹음 중’이다. 부부가 운영하는 채널은 간단한 선으로 그려진 캐릭터에 실제 부부 음성이 녹음된 짧은 영상으로 구독자를 사로잡았다.
이 부부가 지난달 29일 첫 에세이 ‘인생 녹음 중’(김영사)을 펴냈다. 동아일보와 가진 서면인터뷰에서 “현재의 다정한 모습에 이르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서로를 더 아끼게 되었는지 진솔하게 나누고 싶었다”며 책을 낸 계기를 밝혔다. 1980년대 생 8년 차 부부란 것 외엔 실명이나 실물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캐릭터 세계관으로 활동하다 보니 밝히기가 어렵다”며 양해를 구했다. 책도 ‘인생 녹음 중 부부’란 이름으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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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세상 기준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부부의 개성 넘치는 가치관이 잘 드러난다. 결혼식의 기본이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인 시대에 스튜디오 촬영도 하지 않았고 드레스도 친한 언니에게 빌려 입었다. 결혼식 전날에는 24시 사우나에 가서 미역국을 먹으며 세신했다. 아내는 책에 “결혼식 준비할 땐 ‘스드메’보다 ‘사세미(사우나·세신·미역국)’를 권한다”고 썼다.
이 부부는 결혼 때 구한 방 하나, 화장실 하나짜리 신혼집에서 8년째 살고 있다. 거실에 러그 하나 새로 깔고 “집 전체가 달라진 것 같다”며 박수치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들이 채널 시작한 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영상을 본 사람들이 ‘원래 결혼에 관심이 없었는데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같은 댓글을 달 때”라고 한다.
실은 ‘인생 녹음 중’ 채널은 부부가 7번의 실패 끝에 성공했다. “뭐든 만들면 30, 40년 뒤에도 부부에게 이야깃거리로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만족도가 높단다. 아내는 “(이 책이) 아직 집이 불편하고 매일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처럼 느끼는 분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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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