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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시인·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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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기형도 ‘정거장에서의 충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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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젊은이’들은 “나이 스물에 마음은 벌써 늙어버”렸고(이하 ‘진상에게 드림’), 아이들이 사라져가는 거리에 노인들은 넘쳐난다. 당파로, 지역으로, 성(性)으로, 세대로, 연봉으로 갈라져 서로를 미워하고 폄훼한다.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고(김수영 ‘절망’), 갈 길은 갈수록 멀고 팍팍하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윤동주 ‘병원’)
설마 희망을? 아직 희망을? 또 희망을? 누군가는 희망이 절망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지치지 않고 지지 않고 죽지 않았으니, 우리가 다시 희망을 노래해야 하는 이유다. 희망은 잘 보이지 않고 저절로 오지 않는다는 걸, 나의 희망이 때론 너의 절망이 되기도 한다는 걸. 그러니 희망은 씨앗인 듯 매일매일 키우고 아이 보듯 자세히 봐야 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기에.
이제 곧 여름이 시작될 것이다.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이성복 ‘그 여름의 끝’)라고 말할 수 있는, 올여름의 끝을 꿈꿔 본다. 뙤약볕과 장마와 폭풍을 이겨낼 여름 끝의 백일홍을 그려본다. 불굴의 희망은 지루한 절망보다 한 뼘 더 큰 희망이다. 그러니 희망이여, 이제 우리의 노래를 타고 달려오시라!
정끝별 시인·이화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