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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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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사장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주일 전 내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도배사 중에서는 수십 년 경력자여도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도배 일을 시작하면서 바로 사업자 등록부터 하는 경우도 있다. 사업자 등록이 도배사로서 반드시 거치거나 목표로 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나 역시 평소 ‘사업’이라고 하면 거창하게만 느껴져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일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직접 내 사업을 운영해 보고 싶어졌다. 긴 고민과 망설임 끝에 결정을 내렸는데 등록 과정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했다. 상호를 정한 후 세무서에 가서 등록을 하니 끝이었다. 아직은 매출도 수입도 없고 당연히 직원도 없는 따끈따끈한 1인 신생 업체지만 마음만큼은 진지하고 무겁다.
난생처음 사업이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내 사업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브랜딩, 널리 알리는 마케팅,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영업 등 필요한 역량이 많겠지만 자기 사업을 운영하는 주변 도배사들을 보며 배운 것은 ‘기준’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의 인건비는 어느 수준으로 책정할지, 고객에게 견적은 얼마로 넣을지, 어떤 방법으로 작업할지, 내 순수익의 비중은 어떻게 할지, 난도가 높은 현장을 맡을지 등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설 때 기준이 없다면 매번 우왕좌왕할 게 분명하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선택은 없는 것 같다. 고수익을 기준으로 삼아 무조건 견적을 비싸게 제시하면 아예 일을 못 하게 될 수 있고, 그렇다고 견적을 너무 낮게 책정하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 적당한 가격으로 견적을 잘 넣어야 일을 맡을 수 있고 수익도 낼 수 있다. 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인건비를 깎고 내 이익만 챙기려 들면 사람들이 나와 함께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돈만 바라보다 사람을 잃을 수 있고, 인간관계만 신경 쓰다 돈을 벌지 못할 수 있다. 사람과 돈, 여러 가치들 사이에서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갈팡질팡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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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보면 초창기에 사업을 크게 키워 나가다가 금방 지쳐 그만두는 사람도 있고 처음에는 성공하기 어려울 듯 보이다가도 내실 있게 지속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보다 자기의 소신과 기준을 가지고 있으면 비록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조금 더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결국 내게 주어진 숙제는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내가 세운 기준을 뚝심 있게 지켜나갈 방법을 찾는 것이다. 사람이 변하는 것처럼 기준 또한 바뀔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초심이 앞으로 내가 가는 길의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