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학전문기자
한국건강개발증진원이 2023년 공개한 건강수명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인 건강수명은 70.51세다. 2021년 기대수명이 83.60세라 죽기 전 13년 넘게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골골’거리며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건강수명을 지역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역별 건강수명 격차가 무려 10년 가까이 된다.
지역별 건강 불평등은 얼마나 심각할까. 건강수명이 가장 짧은 지역은 부산 영도구로 64.68세. 가장 긴 경기 과천시(74.22세)와 비교할 때 격차가 9.54세다. 과천시 다음으로 건강수명이 긴 지역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74.18세), 경기 용인시 수지구(74.08세), 서울 서초구(73.66세), 서울 강남구(73.65세)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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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건강수명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건강 불평등의 대표적인 사례다. 소득 상위 20% 대비 하위 20%에서 건강수명 격차도 크다. 소득 하위 20%의 건강수명은 65.2세이지만 소득 상위 20%는 73.4세에 달한다. 건강 형평성 문제를 넘어 빈곤의 대물림과 의료 사각지대가 심화될 수 있다.
건강수명에 소득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지만 부산의 사례를 살피면 꼭 그렇지도 않다. 환경과 생활습관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과천시 보건소 관계자는 “과천시민은 2024년 기준 성인 흡연율이 9%로 전국 평균 22.6%에 비해 훨씬 낮았다”며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등 노인의 권장 신체활동 수행률도 38.7%로 경기도 평균 30.63%에 비해 높다”고 말했다. 권장 신체활동은 매주 150분 이상 숨이 찰 정도로 유산소운동을 하고 매주 2회 이상 근력운동을 하는 정도다.
다음 달 새 정부가 출범하면 건강수명을 늘리고 지역 격차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한 의료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인구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인구 비중이 가장 큰 1960, 70년대생들이 본격적으로 노인 연령대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70년대생이 앞으로 얼마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생애 마지막 15년을 만성질환, 장애, 돌봄 의존으로 보내는 게 현실이다. 노년기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가중시킨다. 결국 요양서비스 수요가 폭증해 정부 복지 재정에도 큰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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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