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어요. 제게 심장을 준 아이의 부모님을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뛰고 있는 제 심장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요.”
1일 오후 1시경 서울 서대문구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행사 현장에서 만난 강윤호 군(9)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강 군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태어나 10차례 넘는 수술과 중환자실 입원을 반복한 끝에 지난해 1월 새 심장을 이식받았다. 아버지 강민구 씨(40)는 “이식받던 순간의 감사함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해 키우겠다”고 말했다.
1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분부에서 가정의 달을 맞아 열린 심장이식 어린이와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만남 행사에서 장기이식인 어린이와 가족이 기증인 유가족에게 손수 만든 카네이션을 전달하고 있다. 2025.05.01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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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너패밀리인 이나라 씨(32)는 자신이 낳은 두 아이가 아닌, 김 양으로부터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받았다. 이 씨의 아들 서정민 군은 생후 13개월째에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가 됐다. 의식이 없는 채로 병상에서 첫돌을 맞이한 지 열흘 뒤에 이 씨는 장기기증을 결정했고, 서 군은 2020년 9월 26일 심장, 폐 등을 기증했다. 이 씨는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들이 새로운 삶을 이어가게 된 만큼 열심히,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도너패밀리도 다가오는 5일 어린이날을 기념해 어린이들에게 선물과 손수 작성한 편지를 전달했다. 도너패밀리 강호 회장은 “이 세상 어딘가에 여전히 자녀의 숨결이 살아있다는 위로와 희망이 카네이션에 담겨 있다”며 “‘생명’을 키우는 한 가족으로서 행사에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