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인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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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때 윤석열 전 대통령을 변호했던 몇몇 젊은 변호인들이 윤 전 대통령 이름을 딴 신당(‘윤 어게인’)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가 4시간 만에 철회했다. 이들은 17일 밤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 (창당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윤 어게인(Yoon Again)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쓴 옥중편지에 처음 등장하는 표현으로, 파면 불복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직 대통령, 그것도 반헌법적 비상계엄으로 파면된 대통령의 이름을 넣은 정치 결사체를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황당한 일이다. 이들은 창당 유보를 발표하며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어게인’ 신당 구상 자체가 윤 전 대통령의 평소 의중과 무관한지부터 의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이후에도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은 채 “새 길을 찾겠다”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등 정치 세력화에 나설 수 있음을 내비쳐 왔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 당일 “청년 지지층에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신당 계획을 듣고는 그 취지에 공감하며 “창당에 나서 보라”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실이라면 그 비현실적 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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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그간 계엄, 탄핵 국면에서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행태를 보여 왔다.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파면 결정에도 한때 집권 여당으로서의 뼈를 깎는 성찰도, 책임지는 자세도 볼 수 없었다.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 윤 전 대통령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고, 친윤 일각에선 윤 정부 2인자였던 대통령 권한대행 출마론을 띄웠다. 18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중도층에서 22% 지지율을 얻어 더불어민주당 44%의 절반에 그친 이유가 뭐겠나. 파면 뒤에도 상식 밖 언행을 이어가는 전직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상태론 ‘보수의 미래가 없다’는 사전 경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