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1차전서 저스틴 로즈 누르고, 역대 6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 그린 엎드려 눈물, 상금 60억 받아 단골 우승 후보였지만 번번이 고배 우즈 “역사의 일부가 된 걸 환영”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사진)가 14일 17번의 도전 끝에 ‘명인열전’ 마스터스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마침내 그린재킷을 입은 매킬로이는 남자 골프 역사상 여섯 번째로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10여 차례 실패를 딛고 일어서 꿈을 이뤄낸 매킬로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믿고 노력하면 꿈은 이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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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가 14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끝난 마스터스 4라운드 연장 1차전에서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매킬로이는 17번의 도전 끝에 마스터스 첫 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6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오거스타=AP 뉴시스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는 17번째 도전 끝에 ‘명인열전’ 마스터스의 그린재킷을 입은 뒤 이렇게 말했다. 2009년 마스터스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로 들떴던 꿈 많은 스무 살 골퍼는 실패와 좌절 속에 16년을 보낸 뒤에야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매킬로이는 “오랫동안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이젠 짐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오거스타를 찾을 수 있게 됐다”며 미소 지었다.
매킬로이는 14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 더블 보기 2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저스틴 로즈(45·잉글랜드)와 동 타를 이룬 매킬로이는 18번홀(파4)에서 열린 연장 1차전에서 버디를 낚아 파에 그친 로즈를 제치고 생애 첫 마스터스 우승을 이뤄냈다.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매킬로이는 그린에 엎드려 눈물을 쏟았다. 캐디와 포옹한 뒤에는 온몸으로 포효하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했다. 우승 상금은 420만 달러(약 60억 원)다.
매킬로이는 20대 초반이던 2011년 US오픈에서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PGA 챔피언십(2012, 2014년)과 디오픈 챔피언십(2014년) 등 다른 메이저대회도 제패했다. 우즈의 뒤를 이을 ‘차세대 황제’로 떠오른 그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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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킬로이는 해마다 마스터스 우승 후보로 꼽혔다. 이번 대회 시타를 한 니클라우스와 플레이어도 입을 모아 “올해는 매킬로이가 우승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주위의 기대조차 매킬로이에겐 부담이었다. 매킬로이는 “응원의 목소리가 ‘소음(noise)’으로 느껴질 정도였다”고 했다.
매킬로이는 이날 4라운드를 “감정도, 경기력도 ‘롤러코스터’를 탄 하루”라고 정의했다. 두 타 차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한 매킬로이는 10번홀까지만 해도 2위 로즈에게 네 타 앞섰다. 하지만 아멘 코너 첫 홀인 11번홀(파4)에서 보기를 한 데 이어 13번홀(파5)에서 86야드를 남기고 친 웨지샷이 내리막 경사면에 맞고 물에 빠지면서 두 타를 더 잃었다.
이후 로즈에게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던 매킬로이는 15번홀(파5)과 17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다시 한 타를 앞섰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18번홀에서 1.5m짜리 파 퍼트를 놓치면서 연장전으로 끌려갔다. 매킬로이에겐 지난해 US오픈 4라운드에서 마지막 세 홀 중 두 홀에서 1m 남짓한 퍼트를 놓쳐 브라이슨 디섐보(32·미국)에게 역전패한 악몽이 반복되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의 매킬로이는 달랐다. 그는 연장전에서 1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했다. 매킬로이는 “골프 인생의 가장 힘들었던 날인 동시에 최고의 날이었다. 10년 넘게 억눌려 있던 감정이 솟구쳐 나왔는데 그건 안도감과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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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 중엔 임성재(27)가 공동 5위(7언더파 281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안병훈(34)은 공동 21위(2언더파 286타)에 자리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