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테.” 엄홍길 대장이 네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를 배경으로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엄홍길휴먼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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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장
그가 히말라야 16좌를 모두 오르기까지는 꼬박 22년이 걸렸다. 38차례 도전해 16번 성공했고, 그보다 많은 22번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동료와 셰르파 등 10명을 잃었다. 그 역시 생사의 고비를 여러 번 넘나들었다.
16번째 고봉인 로체샤르는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고비였다. 3번 실패했고, 4번째 도전에서야 성공했다. 등정 직전까지 그도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렸다. 추위에 떨면서 그는 히말라야에 기도를 올렸다. “꼭 성공하게 해주세요, 살아서 돌아가게 해주세요.” 허공에서는 “왜 너만 살아서 나가야 하느냐”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살려주신다면 동료들을 챙기고, 남을 위해서 사는 삶을 살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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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16개 봉우리에 맞춰 16개 학교를 지으려 했다. 그런데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났다. 한 학교가 완공될 즈음이면 또 새로운 학교 짓기가 시작됐다. 2020년 딸께셜 휴먼스쿨이 16번째 학교였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9번째 학교가 완성됐고, 올해는 20번째 학교 터파기가 시작된다. 엄 대장은 “한창 산을 오를 땐 정상만 바라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건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네팔에 학교를 보급하는 게 내 운명처럼 돼 버렸다”고 말했다.
산은 오른 뒤 내려가면 되지만 학교는 짓는다고 끝이 아니다. 끊임없는 유지, 보수, 운영이 필요하다. 엄홍길휴먼재단은 네팔 현지에 지부를 두고 원활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고산은 오르지 않지만 그는 여전히 산과 함께 산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 삼각산 밑에 집이 있는 그는 집 인근의 북한산, 도봉산을 자주 오른다. 왕복 두 시간이 걸리는 그만의 코스를 돌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그 대신 몸은 건강해지고, 머리는 맑아진다. 한 달에 한 번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정기산행을 한다. 평생을 산에서 살았지만 해군 특수전전단(UDT) 출신인 그는 물도 친숙하다. 사우나를 즐기는 그는 그곳에서도 스쾃 1000번을 하면서 땀을 흘린다. 하루에 물도 4∼5L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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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장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