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통상현안 풀어야 할 차기 대통령 ‘골프 외교’도 관심
사진 출처=뉴스1
트럼프 재선 직후 재빨리 워싱턴으로 날아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자주 비교됐다. 이시바와 트럼프 당선인 간 통화 시간이 5분에 그치자, 일본 언론에선 고교 시절 골프부에서 활동했던 이시바가 10여 년간 사실상 끊었던 골프채를 다시 잡을지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명한 골프 애호가로 미국 내 12개의 골프장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다. 1기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필드에서 골프 외교를 적극 활용했다. 트럼프는 “어떤 사람에 대해 잘 알려면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것보다 함께 골프를 치는 것이 낫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골프가 좋든 싫든, 골프를 잘 하든 못 하든 트럼프를 상대해야 하는 각국의 정상들에게 골프는 현실적인 외교 수단이 돼 버렸다. 이는 6월 4일 취임하는 차기 대통령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대선 주자들의 골프 실력도 단순한 개인의 취미를 넘어 유권자들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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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대선 주자들 가운데 골프 실력이나 라운딩 이력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정치인은 없다. 대부분 골프를 안치거나, 칠 줄은 알아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국제 외교에서 골프가 비공식적인 소통의 장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선 여전히 ‘정치인의 골프’에 대해선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예외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 애호가다. 스스로 30년 가량 골프를 즐겼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과거 자신의 SNS나 인터뷰 등에서 골프를 종종 언급해왔고, 본인의 취미 중 하나로 골프를 꼽은 적도 있다.
2023년 대구시장 재임 중에는 공무원들과의 골프 회동 논란이 언론에 보도됐고, 이에 대해 “사적인 일정이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1년에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골프를 예의 바르게 치는 사람이다”, “무리하게 치지 않는다” 등의 표현으로 본인의 골프관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경남도지사를 지내던 2015년엔 공무원 사기 진작을 명분으로 ‘경남도지사배 공무원 골프대회’를 개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가명으로 치지마라, 죄짓는 거 아니다’, ‘뇌물 골프 치지마라’ 두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골프 친다고 시비 안 건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골프 실력은 ‘80대 중후반 타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정치권의 ‘숨은 고수’다. 한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한 전 대표가 공군 장교로 근무했을 때 골프를 꽤 잘 쳤다는 얘기를 본인이 말한 적 있다”며 “다만 검사 시절과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는 골프를 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진영의 한 시사평론가는 “한 대표가 지금은 골프를 치지 않지만 군대에 있을 때는 싱글을 쳤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통역 없이 대화도 할 수 있고, 트럼프와 (골프를 하면서) 죽이 아주 잘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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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총선을 통해 일찌감치 정계에 입문한 김 전 장관은 주변에서 “골프를 못 치면 큰 정치인이 되기 어렵다”는 충고에도 불구하고 골프 치는 시간이 아까워 여전히 ‘골프 못 치는 정치인’으로 남았다고 한다. 안철수 의원도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시간이 없어서”라며 “골프도 바둑도 못 배웠다”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측은 “한 평생 공직자로 살아왔고, 골프와는 거리를 뒀다”고 말했다.
이재명 전 대표는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를 대신했고, 중앙대 법과대학에 들어가서도 사법시험 준비를 하느라 학창시절부터 골프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사법연수원 동기들과 한때 골프 모임을 갖기도 했으나 자주 하지 않았고,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골프 라운딩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여의도에선 이 전 대표가 골프 라운딩을 했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성남시장 재직 때부터 이 전 대표와 함께 일해 온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 전 대표의 거의 모든 해외 출장을 함께 갔는데 문제가 됐던 골프 모임(2015년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 등이 포함된 라운딩) 외에는 이 전 대표가 해외출장 중에 골프를 친 기억이 없다”며 “이 전 대표는 골프를 칠 줄은 알지만 거의 안친다고 보면 된다. 실력은 거의 초보자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아예 골프를 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는 대통령은 자신의 리조트인 마러라고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등에서 각 국 정상이나 유력 인사들을 초청해 라운딩을 하며 외교의 무대로 골프장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새 대통령에게 ‘골프 외교’를 제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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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에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에 14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국익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당장은 골프를 안 하는 대선 주자들도 ‘골프 외교’를 위한 노력을 해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