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조예은 임선우 리단 정지음 전건우 지음/288쪽·1만5000원·&앤드
첫 단편 ‘아메이니아스의 칼’에서 근본적인 소시오패스는 주인공의 어머니다. 나도 맨날 저주나 귀신만 생각하면서 사는 입장이라 웬만한 일에는 충격을 받지 않는데, 주인공과 쌍둥이 여동생을 대하는 어머니의 행동 방식이 정말 예측 불가능하게 기이해서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이 어머니 때문에 주인공과 여동생의 관계도 괴상하게 비틀린다. 현실에서 내가 아는 사람들이 떠올라서 더욱 마음을 뒤흔드는 이야기였다.
정보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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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단 작가의 ‘레지던시’와 전건우 작가의 ‘없는 사람’은 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이 주요 등장인물로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양쪽 모두 주인공은 글을 쓸 수 없어 괴로워한다. ‘없는 사람’에서 주인공은 김동인의 ‘광염 소나타’를 연상시키는 선택을 한다. 이 단편은 전건우 작가의 작품다운 정통 추리 스릴러이므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으스스한 분위기가 일품이었고, 나도 모르게 여러 가지 추측을 하면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어 허겁지겁 책장을 넘겼다는 정도만 밝혀두겠다.
‘레지던시’는 제목대로 창작자 레지던시에 입주한 주인공 ‘정미’가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가 옆방 사람과 친해지는 이야기다. 레지던시에서 정미는 글이 전혀 써지지 않아 괴로워하고, 그러면서 옆방에서 나는 기이한 소음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옆방에 혹시 귀신이라도 사는 것일까! 연쇄살인?! 하고 흥분했으나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주인공 정미는 타인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매끄러운 관계 맺기를 할 능력이 없다. 정미가 글을 쓸 수 없는 이유는 세상과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객관적이지 않으면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다섯 편의 단편에는 짧은 작가의 말이 달려 있어 독자가 작품 속 ‘소시오패스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된다. 작가의 말은 가능하면 해당 단편을 읽고 나서 보시면 좋겠다.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은 겉으로 보이지 않아 더 위험한 병든 마음이 본인의 삶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의 세상까지 어떻게 비틀고 왜곡하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조금은 슬픈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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