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직관 ‘하늘의 별따기’… 입장권 당첨 확률 0.55% 불과 골프장 가는 길 곳곳 ‘표 구합니다’… 연습라운드 암표 값, 정가의 24배 한국 임성재-김주형-안병훈 출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 연습 라운드를 보기 위해 7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찾은 팬들이 악천후로 이날 일정이 중단되자 줄지어 골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89회를 맞는 올해 대회는 10일 개막한다. 오거스타=AP 뉴시스
안재형 한국실업탁구연맹 회장
골프가 일상에 가까운 미국에서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방법 중 하나는 ‘명인열전’ 마스터스의 로고가 그려진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이다. 몇 해 전 마스터스를 관람한 뒤 기념품으로 산 티셔츠를 입고 비행기를 탔을 때 한 미국인이 내게 건넨 말이다. 티셔츠나 모자 등 ‘정품’ 기념품은 1년 중 마스터스가 열리는 기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방문해야만 손에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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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도 나가기 어렵지만 갤러리가 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일반 팬이 입장권을 살 수 있는 공식 루트는 매년 6월(1∼20일) 대회 홈페이지에서 다음 해 마스터스 입장권을 신청한 뒤, 추첨을 통해 당첨되길 기도하는 방법뿐이다. 당첨 확률이 0.55%에 불과하다. 20년 넘게 시도해도 끝내 마스터스를 현장에서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는 여섯 번째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아들 병훈이의 덕을 봤다. 대회 주최 측에서 선수 가족들에게는 초청권을 주기 때문이다.
추첨에서 선택받지 못한 팬들은 ‘암표 시장’이나 티켓 재판매 사이트 등으로 향한다. 골프장으로 향하는 길에선 입장권을 사거나 팔겠다는 내용이 적힌 종이를 들고 서 있는 사람을 여럿 볼 수 있다. 암표 가격은 해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다고 한다(현지 시간 8일 열리는 연습 라운드 입장권은 티켓 재판매 사이트 ‘스터브허브’에서 정가의 24배가 넘는 2450달러(약 36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연습 라운드가 열린 7일 입장한 ‘페이트런’(마스터스 갤러리를 뜻하는 말)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오거스타에 비가 계속 내리면서 연습 라운드가 골프장 개장 후 3시간여 만에 중단된 것이다. 대회 주최 측은 이날 입장권 구매자에게 환불을 약속하는 동시에 내년 월요일 연습 라운드 입장권의 구매 기회를 주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수천 달러를 내고 암표를 산 페이트런들은 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티켓 재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암표로 입장권을 구매한 게 적발됐을 땐 입장을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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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라운드 첫날이 악천후로 일찌감치 중단된 탓에 둘째 날인 내일은 오전 8시 문을 여는 기념품 매장을 향한 팬들의 ‘오픈런’이 평소보다 치열할 것 같다. 자칫하면 입장하는 데만 1시간 넘게 걸릴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가장 인기 있는 기념품은 ‘놈(Gnome)’이라는 인형이다(마스터스 로고가 그려진 상자 안에 든 놈은 수염이 난 정원 요정이다). 놈 인형은 1인당 1개만 구입할 수 있는데, 이 인형만 따로 모으는 수집가들이 있어 정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된다고 한다.
한국 선수는 아직 마스터스 우승자에게 주는 그린재킷을 입어 본 적이 없다. 89회를 맞는 올해 대회에 출전하는 임성재(27), 김주형(23), 안병훈 중 한 명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한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9·미국)는 대회 2연패를 노리고,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오거스타에 모인 행운의 페이트런들과 함께 올해 새로운 그린재킷의 주인을 만나보려 한다.
정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