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군 금양호 선원으로 일하는 인도네시아 국적의 수기안토 씨(31)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찍은 사진. 마을에서 ‘쑤기’로 불린다는 그는 지난달 25일 경북 산불 당시 고령의 어르신들을 업고 구조한 공로로 특별기여자 체류자격을 얻게 됐다. 수기안토 씨 제공
“마을 돌아 댕기면서 ‘할매요, 지금 영해까지 불이 다 왔어. 빨리 일어나쇼!’ 하고 소리 지르고 막 들쳐업고 나왔지예.”
지난달 경북 영덕군으로 대형 산불이 번졌을 때 마을 어르신들을 대피시킨 인도네시아 국적의 금양호 선원 수기안토 씨(31)가 6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말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오후 10시경 영덕군 축산면에 산불이 넘어 오자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귀가 어두운 어르신들을 깨우고 대피를 도왔다. 수기안토 씨는 “전화가 미친 듯이 오는데도 어르신들이 안 들리니까 못 받고 있더라”며 “대신 전화를 받아 ‘할매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쇼’라고 전했다”고 했다.
경북 영덕군 금양호 선원으로 일하는 인도네시아 국적의 수기안토 씨(31)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찍은 사진. 수기안토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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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아들을 둔 수기안토 씨는 어업 분야 취업 비자로 입국해 3년 뒤면 한국을 떠나야 했지만, 이번 특별기여자 체류자격을 받게 되면서 국내 장기체류가 가능해졌다. 영덕군 축산면에서 고령의 어르신들을 부축해 대피시킨 레오 씨, 경북 영덕군에서 구조를 도운 비키 씨도 특별기여자 체류자격을 받았다. 한편 중대본에 따르면 4일 기준 영남권 산불로 피해를 본 주민들을 돕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성금이 92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