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
2011년 이후 최악의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만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이고 10만 명당 26명이 자살에 이른다는 것을 모르는 정책 전문가는 없다. 하지만 이것은 다시 말해 그 해 9만9974명은 자살로 사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보면 매우 낮은 확률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흔히 우리는 일부 아는 것만 가지고 섣불리 나머지를 재단하기도 한다. 자살의 원인을 경제적인 문제로만 보는 것이 그렇다. 국민소득이 100달러 미만이던 때 보다 3만5000달러인 지금 자살률이 더 높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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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서 자살사망 전에 한 번이라도 정신과를 방문해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사람은 62.5%.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 현황을 보면 조울증 환자 199명, 조현병 180명, 인격장애 180명이었다. 이는 일반 인구의 10배 가까운 수치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도 99명이었다. 작년 우리 연구실에서 발표한 자료는 자살 사망 전 의료기관을 방문한 사람이 90%가 넘는다. 의료급여 대상자로 신규 유입된 사람의 자살률은 3배 높았다. 한 해 200만 명 정도로 집계되는 정신질환자, 의료 급여 변경된 국민에게 자원을 적극적으로 투입하면 전체 자살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뉴욕은 이 비율이 72%이다. 2000만 인구 중 600만 명이 한 번 이상 정신과를 방문한 군이고 이들이 고위험군이라는 통계에 근거해 뉴욕주 자살 예방계획을 내놨다. 응급 진료소, 급성기 병상, 퇴원 후 사례관리, 지역사회 서비스 주거와 재활 지원을 지자체가 통합해 의무기록을 공유하고 자살 고위험군은 별도 관리한다. 이들을 접촉하는 병원 의료진은 자살 예방 교육을 의무화했다.
우리나라 정신과 진료의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내원한 사람만 진료하고 찾아가는 서비스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역할은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사례 관리를 통해서 하고 있다. 하지만 부족하다. 자살 고위험군은 절망으로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고 치료 중단도 매우 흔하다.
편견에 기반한 주위 한 마디가 치료와 치유를 위한 모든 노력을 중단시켜 버리기도 한다. 덴마크를 비롯해 자살을 줄인 나라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치료와 통합했다. 주민센터에서 의료급여 신청을 받을 때 자살 위험에 관해 물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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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