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도쿄 특파원
광고 로드중
‘규동(소고기 덮밥)’은 대표적인 일본식 패스트푸드다. 미리 간장 양념에 조려놓은 얇은 소고기를 뜨끈한 밥 위에 올려놓으면 조리가 끝나기에 바쁜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 맥도널드의 ‘빅맥 지수’처럼 일본 서민의 물가 부담을 체감적으로 알려주는 지표 음식으로도 통한다.
넉 달간 14% 뛴 규동 값
그런 일본의 규동 값이 최근 심상치 않다. 규동 체인 가운데 점포 수 1위인 ‘스키야’는 18일부터 보통 크기의 규동 가격을 450엔(약 4500원)에서 480엔으로 올렸다. 지난해 11월 30엔(약 300원)을 올린 데 이어 또 30엔 올린 것. 4개월 만에 14% 이상 규동 가격이 오른 셈이다.
광고 로드중
물론 급격한 식비 상승이 일본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원자재비, 물류비, 인건비가 계속 뛰고, 한국도 외식 비용이 부담스럽게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식비 상승의 배후에 일본만이 갖고 있는 사정도 있다. 바로 최근 1년 새 쌀값이 2배 가까이 오르며 각종 식비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자들은 수량 확보 경쟁에 나서고, 쌀을 미리 사놓는 가정들도 늘어나는 ‘사재기 현상’이 이어지며 쌀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결국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여론의 비판에 떠밀려 뒤늦게 정부 비축비 21만 t을 풀었다. 현재 시장가보다 싸게 공급돼 쌀값 진정세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또한 법령에 따라 정부 비축미를 사용하면 1년 안에 다시 창고에 같은 분량만큼 채워 놓아야 한다. 언제든 다시 쌀 위기가 재발할 수 있는 것이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쌀 수급이 한번 꼬이기 시작하면 좀처럼 제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을 일본이 요즘 보여주고 있다.
벼농사 감축 놓고 갈등 중인 韓
이러자 일본은 쌀 수급의 탄력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쌀 재배 면적은 전년보다 1.8%(2만3000ha) 늘어난 128만2000ha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2030년 쌀 수출량을 2024년(4.5만 t)의 8배에 가까운 35만 t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부적으로 세웠다. 쌀 생산을 일단 늘려 남는 것은 적극 수출하고, 혹시 작황이 좋지 않다면 수출분을 국내로 돌려 쌀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1970년대부터 일본 정부는 인위적으로 쌀 재배 면적을 줄여 왔는데 이런 기조가 최근 쌀 공급 위기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광고 로드중
황인찬 도쿄 특파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