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반부터 中저가제품 확산… 對中수입액 28년새 170배로 늘어 사고 잦고 피해 커 시민 안전도 위협 대기업-중기 뜻모아 합작법인 출범… “미주-일본-중동 등 수출도 목표”
경남 거창군에 있는 ‘K-에스컬레이터’ 생산 공장에서 직원들이 에스컬레이터 안전 검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거창=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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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남 거창군 승강기단지 ‘K-에스컬레이터’ 생산 공장. 안전 검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직원들은 각종 공구를 들고 구동기, 제어반 등 핵심 부품에 이상이 없는지부터 스텝 체인이 부드럽게 잘 돌아가는지까지 분주하게 살폈다. 현장 설치에 앞서 에스컬레이터를 공장에서 미리 조립해 시범 가동해 보는 과정이다. 이날 검수를 마친 2대를 포함한 에스컬레이터 총 6대가 다음 달부터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을 실어 나를 예정이다.
K-에스컬레이터는 20일 자사의 첫 에스컬레이터를 출하했다. 대구 서문시장에 설치될 이 에스컬레이터는 2000년 이후 국내에서 생산된 에스컬레이터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서 모델 인증을 받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 중국산 공세에 끊긴 기술 명맥, 다시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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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에스컬레이터 산업이 외국산에 잠식당할 경우 시민의 편의와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에스컬레이터는 엘리베이터나 무빙워크보다 사고 빈도가 높다. 또한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도 큰 편이다. 외국산의 경우 부품 수급 절차가 까다로워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100% 자회사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와 국내 중소 승강기 기업들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지난해 9월 합작법인 K-에스컬레이터를 출범시켰다. 10여 년간 끊겼던 국산 엘리베이터 기술의 명맥이 다시 이어진 셈이다.
● “저가 경쟁 부추기는 입찰 구조부터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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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현 한국승강기대 승강기공학부 교수는 “포스코가 제철소 설비·자재 입찰 당시 기준 금액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한 입찰자를 배제하는 ‘저가 제한 낙찰제’를 도입했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K-에스컬레이터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중국 업체들이 담합해 가격을 올리는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소한의 가격저지선 임무를 수행하는 셈이다.
이준섭 K-에스컬레이터 대표(사진)는 “연 200∼300대 생산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2028년 이후에는 미주, 일본, 중동까지 제품을 수출할 계획”이라며 “2000년 이전 국내에 설치된 1만 대 이상의 에스컬레이터 교체 시기가 도래하는 만큼 에스컬레이터 교체 시장(MOD)에도 적극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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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