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통상전쟁] 한은, 지식서비스 무역현황 첫 발표 “미국 기업들 기술력-브랜드 앞세워 매년 막대한 특허-상표 사용료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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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發) 통상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한국의 대미(對美) 지식서비스 무역 적자가 8조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나 자동차 등 상품 교역에선 흑자를 보고 있지만 특허나 상표권, 기술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는 한국이 미국에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한국 지식서비스 무역통계 편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의 지식서비스 무역에서 한국은 56억1000만 달러(약 8조1500억 원) 적자를 봤다. 2023년보다 적자 폭이 18.6%(8억8000만 달러) 늘었다. 한은은 2010년부터 2024년까지의 지식서비스 무역 현황을 처음으로 공식 집계해서 발표했다.
한국은 지난해 전체 지식서비스 무역에서 72억6000만 달러 적자를 봤는데, 미국과의 무역에서 본 적자가 전체의 77.3%에 달했다. 국가별로 적자 규모가 두 번째로 컸던 독일(10억6000만 달러 적자)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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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업에 연구개발 용역을 맡기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연구개발 서비스 적자는 25억7000만 달러였다. 법률이나 회계서비스(7억7000만 달러 적자), 광고 및 홍보(PR) 서비스(10억3000만 달러 적자) 분야에서도 적자 폭이 컸다.
다만 K팝이나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문화·여가 서비스 분야에서는 3억8000만 달러의 흑자를 봤다.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이 늘면서 미국 현지 자회사로부터 받는 정보기술(IT) 개발 및 운영 서비스 비용이 불어나 정보·통신서비스 분야에서도 7억 달러 흑자였다.
김성준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아직 지식서비스 무역은 적자 상태지만 전체적으로 2010년 127억7000만 달러였던 적자 규모는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라며 “2010년 이후 지식서비스 무역 각 부문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산업 15.6%, 콘텐츠 산업 16%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지식서비스 무역 관련 세부 통계를 공표하는 것은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에 이어 한국이 네 번째다. 크게 지식재산권 사용료, 정보·통신 서비스, 문화·여가 서비스, 전문·사업 서비스 등 4개 분야가 포함됐다. 한은은 앞으로 매년 3월과 9월에 직전 반기까지의 분기별 자료를 공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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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