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반 집회 인원 부풀려 신고… 교통통제 했는데 집회현장 썰렁 “텅 빈 도로 왜 막나” 운전자 분통… 시민 불편-공권력 낭비 끝 안보여 “삼진아웃제-과태료 등 고려해야”
17일 오후 6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송현공원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의 신고 인원은 2만 명이었지만 실제로는 600여 명만 자리를 지켰다. 다음 날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는 당초 참가 인원 3000명으로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500명밖에 모이지 않았다(오른쪽 사진).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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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 앞 차로엔 주인 없는 의자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출근 시간대 근처를 지나가려던 마을버스 등은 의자들을 피해 우회하거나 유턴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겠다며 주최 측이 경찰에 ‘집회 인원 3000명’을 신고한 뒤 도로를 점거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참가 인원은 오후 7시 기준 500명(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신고 인원의 약 16%에 불과했다. 같은 날 오후 7시에는 종로구 송현공원에서 탄핵 찬성 측이 ‘집회 인원 10만 명’으로 신고한 집회를 열었다. 현장에 실제로 모인 인원은 4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신고 인원의 0.4%에 불과했다. 시민과 주변 통행 운전자들은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 신고는 3만 명, 실제론 12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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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후 8시 15분경 살펴본 탄핵 찬성 측 집회 현장도 비슷했다. 신고 인원 2만 명의 3%에 불과한 600여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집회를 위해 경찰이 주변 교통을 통제한 탓에 퇴근길인 오후 8시 반경 사직로 일대의 차량 속도는 시속 9km에 불과했다. 서울 도심 승용차 평균 운행속도(시속 18.6km)의 절반 수준이다. 이날 안국역 일대에서 열린 또 다른 탄핵 촉구 집회 역시 사전 신고는 1만 명으로 돼 있었으나 집회 참가자가 없었다. 오후 3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 역시 사전 신고 인원은 3만 명이었지만, 실제 참여 인원은 1200명에 불과했다. 경찰은 서울 전체 기준으로 17일에는 21개 집회에 1500여 명, 18일에는 20개 집회에 1200여 명의 기동대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 “기본권 중요하지만 시민 불편-공권력 소모 막아야”
집회 주최 측들은 “사람이 몰릴 상황을 대비해 실제 추산보다 넉넉하게 신고한다”고 해명했다. 현장에선 신고 인원과 실제 인원이 많게는 20배 넘게 차이 나는 등 넉넉한 신고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경찰은 집회 신고가 들어오면 주최 단체의 과거 집회 이력 등을 토대로 실제 인원을 예측해 도로를 통제한다. 하지만 각 집회마다 날씨, 목적 등에 따라 변수가 너무 많고 과거 참가 인원 역시 정확히 통계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뻥튀기 신고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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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