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협상 거부하는 이란 향해, “너흰 핵 못 가져… 모든 옵션 고려” 트럼프, 하메네이에 서한 보내… 이란 “검토후 회신” 협상 길 열어놔 후티, 美항모 드론 보복… 美 “격추”
16일(현지 시간)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 소속 군함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하루 전 미국이 예멘의 친(親)이란 반군 후티의 거점 곳곳을 공습하자 이날 후티 또한 미사일과 무인기로 보복 공격을 가했지만 모두 격추됐다. 미국은 후티의 배후인 이란에도 경고했다. 사진 출처 미군 중부사령부 ‘X
예멘의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에 대규모 공격을 가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6일(현지 시간) 후티의 배후인 이란까지 직접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은 너무 오랫동안 후티를 지원해 왔다. 물러서야 한다”며 이란을 겨냥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역시 CBS 방송에 출연해 “후티 지원을 멈추라. 그러지 않으면 그들이 서방 군함과 선박을 공격하는 일에 대한 책임도 지게 될 것”이라고 이란에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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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왈츠-루비오-헤그세스 모두 경고
왈츠 보좌관은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 하루 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후티 공격 목표가 “첫째, 후티 지도부를 제거하는 것이고, 둘째, 이란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건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알리 하메네이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가) 핵 버튼에 손가락을 대고 있는 세상은 있을 수 없다”며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넘기고 포기하는 방식으로 검증 가능하게 해결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여러 다른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비오 장관 또한 “이란의 지원이 없었다면 후티가 이런 일(미국 공격)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15일 예멘 북부 사다에서 미국의 공습에 따른 부상자가 이송되고 있다. 이날에만 최소 53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다=AP 뉴시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후티에 대한 공격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루비오 장관과 헤그세스 장관은 모두 후티를 해적 무리(band of pirates)라고 지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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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이란은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의 위협에 단호하고 결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맞섰다. 또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에스마에일 바카에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알리 하메네이 국가 최고지도자에게 보낸 서한을 수령했다며 “서한을 면밀히 검토한 후 회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움직임을 경계하면서도 협상에는 열려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전투원 35만 명 후티 궤멸 쉽지 않을 듯
다만 미국이 후티를 무력화시키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행정부, 이스라엘,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오랫동안 군사 작전으로 후티 무력화를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엔과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 등에 따르면 후티의 전투원 수는 35만 명에 달한다. 최대 사거리가 2000km에 달하는 미사일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실전 경험도 풍부하다. 수도 사나를 접수한 2015년 이후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 ‘아랍연합군’과 전쟁을 벌였고, 이들이 가한 수천 번의 공습 속에서도 아직 건재하다. 지난해 유엔 보고서는 “후티가 제한적 역량을 가진 ‘국지적 무장 단체’에서 ‘강력한 군사 조직’으로 변모했다. 점령지를 넘어선 작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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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