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국회서 다큐멘터리 상영 한국 해녀-호주 수중사진작가 등 해양 파괴 경험한 7명 증언 담아 정부, 13일 ‘공해 보호 조약’ 비준
다큐멘터리 ‘씨그널’에 출연한 해녀 이유정 씨.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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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6년째 해녀를 하는 이유정 씨는 몇 년 전 먼 바다에서 소라를 캐던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 곡괭이로 소라를 긁어내며 다리를 첨벙대다 발이 그물에 걸렸다. 이 씨가 발버둥 칠수록 그물은 더 강하게 다리를 휘감았다. 이 씨는 “한 해 동안 마실 물을 다 마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물은 좀처럼 뜯기지 않았고 오리발을 버리고 나서야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이 씨는 이날의 경험을 계기로 폐 그물 등 바다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다.
이 씨처럼 해양 파괴를 경험한 7명의 목소리가 한 다큐멘터리에 담겼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제작사는 4일 국회에서 공해 보호를 위한 글로벌 해양조약(BBNJ) 비준을 촉구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씨그널’ 시사회를 열었다. BBNJ는 유엔 해양법협약의 조약으로 세계 각국이 2030년까지 공해(公海)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해는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으며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바다를 말한다. 한국 정부는 13일 BBNJ를 비준했다.
이 씨를 포함해 호주 수중사진작가, 멕시코 어민, 스페인 바다소음 연구자 등이 다큐멘터리에 직접 출연해 바다오염 실태를 증언했다. 호주 동부에서 나고 자란 사진작가 대니얼 니컬슨 씨는 어릴 때 물고기 떼와 산호초 사이를 수영하며 바다를 좋아하게 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생명력이 넘치던 산호초들이 하얗게 죽어가고 있었다. 산호는 수온이 급격하게 바뀌면 하얀 골격을 드러내는 백화현상을 보인다. 니컬슨 씨는 “호주의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 중 하나로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그레이트베리어리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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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바다의 3분의 2는 공해로 생태계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상어와 가오리종 37%가 멸종위기에 처했다. 매년 약 1억 마리의 상어가 상업적으로 포획되고 있으며 전체 수량은 반세기 동안 70%가 줄었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는 “BBNJ 협정은 공해에 서식하는 해양생물을 보호하는 조치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첫 조약”이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씨그널’은 올 상반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