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내가 내 시간을 써서 수습할 수 있거나 혼자만 손해 보는 상황은 그래도 비교적 괜찮지만, 한 사람의 행동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면 화가 나고 억울할 수밖에 없다. 작업 이후에 돈을 못 받거나 늦게 받으면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도 인건비를 늦게 줄 수밖에 없는데, 특히 한 집안의 가장이거나 맞벌이 도배사 부부의 경우 가정경제를 꾸려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인건비를 늦게 주는 현장이 많아질수록 그 액수도 점점 쌓여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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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도배 작업을 취소하는 행위가 마치 물건을 구매한 후 단순 변심으로 취소하거나 환불을 하는 것만큼 간단한 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도배 시공 비용이 조금은 늦게 줘도 큰 문제가 없는 작은 액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서 그 일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수십, 수백 명이 되고 그 액수가 모여 수천만, 수억 원이 된다면 과연 그것이 사소한 일일까?
나도 내가 하는 작업을 돌아보게 된다. 도배는 고객이나 업체, 다른 공정의 작업자들까지 긴밀하게 엮여 있다. 간혹 안이한 생각으로 꼼꼼하게 작업하지 않아 하자가 발생하면 그 하자가 보수될 때까지 잔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그 잔금은 나한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작업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돈이다. 나의 작은 행동이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좀 더 책임감 있고 신중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