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부터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해 에어로빅체조와 필라테스, 권투, 자전거 타기, 등산 등 다양한 운동을 했다. 지인의 권유로 달리기 시작하면서는 “이제 달릴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3월 16일 열리는 2025 서울마라톤 겸 제95회 동아마라톤에서 개인 처음 42.195km 풀코스에 도전하는 미술 작가인 김재흔 씨(46) 얘기다. 그는 “동마(동아마라톤)가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에게 최고의 대회로 꼽혀 긴장도 되고 설렌다”고 했다.
김재흔 씨가 지난해 11월 오들로 코리아가 주최한 북한산 트레일레이스 17km를 즐겁게 달리고 있다. 그는 이 대회 17km 부문에서 2시간 47분을 기록해 여자 5위를 차지했다. 김재흔 씨 제공.
100대 명산은 75좌까지 올랐다. 종주의 매력에 빠져 지인들과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약 47km)와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약 43km)을 완보했다. 덕유산 육구종주(육십령에서 무주 구천동) 약 32km도 걸었다. 그는 “나무와 꽃, 풀 등을 보며 자연 속을 누비는 게 너무 좋았다”고 했다. 위 종주코스는 트레일러닝하는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는 “이젠 달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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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흔 씨가 한 마라톤 대회에서 질주하고 있다. 김재흔 씨 제공.
“솔직히 제가 그렇게 잘 달릴 줄 몰랐어요. 너무 뿌듯했어요. 평소 운동도 했고, 등산한 것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또 대회 주최사가 트레일러닝 초보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1년 뒤 북한산 둘레길 65km를 완주하는 프로젝트(오들로 챌린지 trc)를 진행하는데 저도 선발됐죠. 요즘은 그 프로젝트에서도 체계적으로 훈련받고 있어요.”
김 씨는 트레일러닝을 즐겼지만 대회 출전보다는 주로 지인들과 함께 산을 달렸다. 지금까지 트레일러닝 대회 출전은 2번이다. 지난해 12월엔 OSK가 기획해 계양산 둘레길을 달리는 ‘으르렁으르런’에 참가해 반바지 차림으로 달리기도 했다. 참가 조건이 반바지 차림이었다. 대회는 아니고 트레일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을 모아 함께 달리는 이벤트다.
김재흔 씨가 오들로 코리아가 북한산에서 진행하는 오들로 챌린지 trc에 참가해 달리고 있다. 김재흔 씨 제공.
최근 몇 년간 순식간에 참가 접수가 마감돼 마스터스 마라토너 사이에서 ‘하늘의 별 따기’라고까지 소문난 동아마라톤 풀코스에 지난해 6월 참가 신청을 마친 뒤에는 도로를 열심히 달리고 있다. 혼자 42km를 여러 차례 달렸다. 친구들과 집에서 가까운 서울 목동운동장 400m 트랙을 100바퀴 뛰기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매월 1회 이상 40km 이상을 달렸다.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한 달에 1~2차례 30km 이상을 달려야 한다. 비 눈이 와도 달렸다. 그는 “첫 도전에 서브포(4시간 이내 완주)로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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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흔 씨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 ‘셀카’를 찍고 있다. 김재흔 씨 제공.
김 대표가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는 것은 부상 없이 달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모든 운동이 다 그렇듯 부상 방지를 위한 보강 운동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마라톤하는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지구력 훈련만 하는 데 그럼 몸에 이상이 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많이 달리면 심폐지구력과 자주 사용하는 하체 근육 등은 발달하지만 상대적으로 몸의 가동능력이 떨어진다. 가동능력은 유연성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근육과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다. 워밍업과 정리운동을 잘 해줘야 한다.
대부분의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이 스트레칭 체조나 관절 돌리기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달리기 시작한다. 장거리를 달리거나 심한 운동을 한 뒤에도 정리운동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몸에 불균형이 오게 되고 운동의 역효과가 나타난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했는데 몸이 더 피곤해지고 운동도 지지부진해진다. 하체와 상체, 복근 등 코어 근육도 키워야 하고, 발 장딴지 팔 등 잔근육도 키워야 부상을 막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워밍업과 정리운동을 제대로 하면서 웨이트트레이닝도 추가해서 한다면 큰 무리 없이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재흔 씨가 지난해 12월 인천 계양산에서 열린 OSK(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 ‘으르렁으르런’에 참가해 질주하고 있다. 2023년부터 달리기 시작한 그는 3월 16일 열리는 2025 서울마라톤 겸 제95회 동아마라톤에서 개인 처음으로 42.195km 풀코스에 도전한다. 김재흔 씨 제공.
“사실 저에게 운동의 주목적은 살 빼기였어요. 아이 둘을 낳아서 키우며 살이 쪘고, 권투를 하면서 10kg을 감량한 뒤 유지하고 있죠. 이 상태를 유지하려면 운동을 안 하면 안 되잖아요. 달리면서 운동은 도전이 됐어요. 지난해 11월 트레일러닝 대회에서 5위를 하면서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이젠 자주 대회에 출전해 기록을 단축하고 싶어요. 동아마라톤에서는 꼭 서브포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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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흔 씨가 강원도 정선 민둥산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김재흔 씨 제공.
“트레일러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사막 등 오지를 달리는 분들도 많이 만나면서 저도 영감을 받았어요. 특히 사하라사막 마라톤 등 전 세계 극지 마라톤을 여러 차례 달려 그랜드슬램을 기록한 유지성 OSK 대표님은 대단했어요. 저도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어요.”
김 씨는 전국은 물론 전 세계 마라톤 및 트레일러닝 대회에 도전할 계획이다. 지구촌 각지를 달리며 여행도 하고 건강도 챙기는 삶, 그의 인생 목표다.
김재흔 씨가 지난해 5월 OSK(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가 주최 여성후원 트레일러닝 대회 10km에 참가한 뒤 포즈를 취했다. 그는 이 대회를 계기로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져들었다. 김재흔 씨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