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총선 3년만에 정권교체] 獨총선 강경보수 AfD 2위 차지 수출 감소 등에 2년 연속 역성장 난민 범죄 증가도 표심 영향 미쳐
“장 보는 비용이 예전에 비해 50% 이상 늘어 정말 화가 납니다.”
독일 총선이 치러진 23일(현지 시간) 수도 베를린 도심에서 만난 주부 모니카 슐츠 씨는 “원래 좌파 성향 정당을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AfD가 고물가 등 경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총선에서 국경 통제 강화,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 논의, 기후변화 정책 반대 등 강경 보수 성향 정책을 내세운 AfD는 2013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전국 단위 선거에서 지지율 2위 정당에 올랐다. 공영방송 ARD는 이날 잠정 개표 결과 AfD가 20.8%로 2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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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D가 약진한 핵심 이유로는 망가진 경제가 꼽힌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제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0.3%, ―0.2%씩 성장했다. 2002,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역성장한 것이다. 경제 위기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적극 투표에 나서며 이번 총선 투표율은 1990년 독일이 통일된 뒤 가장 높은 수치인 83.5%를 기록했다.
경제난의 원인으로는 수출 감소가 꼽힌다.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43%를 수출에 의존하는 독일은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등 통상전쟁 여파로 향후 수출 전망 또한 좋지 않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에너지값이 급등한 것도 독일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탈(脫)원자력 발전 기조를 고수해 온 독일은 신재생에너지를 중시하고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늘려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 비용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줄었고 에너지값이 치솟아 서민 경제에 큰 부담을 안겼다. 난민 범죄가 늘어난 점도 유권자의 우경화에 기여했다.
다만 AfD의 부상에 반감을 드러내는 시민도 적잖다. 23일 베를린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카트린 훈제 씨는 “민주주의 가치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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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