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열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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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취재팀이 명태균 씨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10월 5월 경남 창원에서였다. 3시간 30분의 인터뷰에서 명 씨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서울 서초동 자택을 셀 수 없이 방문해 각종 정치적 조언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명 씨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결정적인 폭로는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와 주고받은 메시지나 통화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고, 김 여사의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도 부인했다. 2022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이후 1년간 접촉하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23일 후 가진 2차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태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명 씨는 윤 대통령 부부를 보호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를 감옥에 넣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경고성 인터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명 씨의 태도가 달라진 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을 알선한 뒤 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15일 검찰에 구속되면서다. 공교롭게도 명 씨가 구속기소된 지난해 12월 3일 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명 씨는 야당 의원을 만나 “‘황금폰’에 쫄아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하더니, 부친 묘소에 파묻었다던 황금폰을 스스로 검찰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 부부와 주고받은 메시지 일부도 만천하에 공개됐다. 20일엔 김 여사가 김상민 전 대전고검 검사 공천을 위해 김 전 의원에게 불출마를 종용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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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명태균 게이트는 야당이 특검을 추진하고 황금폰 포렌식이 마무리되면서 다시 정국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뒤늦게 이송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수사하기 위해서라지만,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창원지검에 맡겨뒀는지 의문만 더 커졌다. 3개월 동안 전담수사팀이 새로 밝혀낸 건 김 전 의원이 창원 국가산단 정보를 미리 알고 부동산을 취득한 혐의 정도였다.
검찰은 디올백 사건도 밍기적대다가 뒤늦게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조사해 논란을 자초했다. 명태균 게이트 역시 검찰이 진작에 진상을 규명했어야 할 사안이다. 검찰이 이 사건마저 디올백 수사에서 저질렀던 과오를 답습한다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영영 잃을 것이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