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뉴시스]
22일 독일 수도 베를린 동부의 린덴 쇼핑센터 앞. 하루 뒤 조기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상징하는 파란 현수막 아래 한 당원이 단상에 올라 이같이 외치자 수천 명의 지지자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 문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 왔다. AfD는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강조하고 일부 소속 인사의 나치 옹호 발언으로 논란에 올랐다. 하지만 AfD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혐오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이 집회에서는 비(非)백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경 통제 강화를 요구하는 ‘안전한 국경의 시간’ 간판 또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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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유권자는 유럽연합(EU)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2023년, 2024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둔 점을 지적하며 “경제를 살릴 정당을 뽑겠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강국이며 국가총생산(GDP)의 43%를 수출에 의존하는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값 상승, 주요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의 경기 둔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압박 등 각종 악재로 고전하고 있다.
● 샤이 보수들 “AfD, 난민 잘 추방할 것”
독일 연방의회 의석은 630석으로,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구 후보와 정당(비례대표)에 1표씩 총 2표를 던진다. 22일 발표된 여론조사회사 ‘인자’의 지지율 조사에선 중도우파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29.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AfD가 21%, 현 집권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15%, 좌파 녹색당이 12.5%로 뒤를 이었다.
2021년 9월 취임한 올라프 숄츠 총리는 우파 자유민주당, 녹색당과 ‘신호등 연정’을 구성했다. 세 정당의 상징색이 각각 빨강, 노랑, 초록이라는 점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복지를 강조하는 숄츠 총리와 성장을 중시하는 자민당은 내내 갈등을 빚었고 결국 지난해 12월 의회에서 숄츠 총리의 불신임안이 통과됐다. 이로 인해, 당초 올 9월 치러질 예정이었던 총선 시기도 앞당겨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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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 볼프강 솔바흐 씨는 “AfD는 독일이 받지 말았어야 할 불법 이민자를 잘 추방할 것 같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13년 설립된 AfD는 작센, 튀링겐 등 경제가 낙후된 옛 동독 지역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베를린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 측은 AfD와의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세계 곳곳에서 극우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당이 세를 얻고 있는 만큼 반이민 정책 등에서는 AfD와 일정 부분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좌파 “극우 뽑아선 안 돼”
이날 ‘반AfD 집회’를 벌인 시민들은 AfD의 지지율 상승세를 집권 사민당에 대한 불만에서 찾았다. AfD의 이념을 지지한다기 보다 사민당이 경제난과 불법 이민자 증가를 해결 못해 그 불만이 AfD에 대한 지지로 쏠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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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좌파 집회에 같이 왔다는 10대 소년 파스칼 씨는 “숄츠 총리 등 정치인들이 지키지 못할 공약만 내놓고 실천하지 못해 극우가 극성”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베를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