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브라운 합동참모본부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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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밤의 대학살(Friday Night Massacr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3년 5월 발탁한 흑인 찰스 브라운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전격 경질하고 백인 남성인 예비역 공군 중장 댄 케인을 새 합참의장으로 지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운 전 의장 외에도 미 해군 역사상 최초의 여성 참모총장인 리사 프랜케티 제독, 미 공군 서열 2위인 제임스 슬라이프 미 공군참모차장, 육해공군의 법무감 등 총 5명의 최고위급 장성의 교체도 지시했다.
행정부가 바뀌더라도 통상 군 장성 임기는 지켜주던 관례를 깨뜨렸고, 특히 4년 임기 중 아직 2년 8개월이 남은 브라운 전 의장을 명확한 이유 없이 해임하자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은 ‘대학살’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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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 내 ‘DEI 지우기’란 분석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브라운 전 의장의 경질과 케인 후보자의 발탁 사실을 공개했다. 특히 그는 케인 후보자를 두고 “합참의장 자격이 충분한데도 ‘졸린 바이든(Sleepy Biden·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에 의해 승진에서 밀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케인과 함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실현하고 미군을 재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브라운 전 의장의 경질 이유로 2020년 5월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 가 백인 경관에게 목 조르기로 숨진 직후 미군 내 인종차별을 비판한 동영상을 공개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공군 조종사 출신인 브라운 전 의장은 당시 영상에서 “비행대에서 종종 나는 유일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다. 다른 군인이 ‘당신도 조종사냐’고 물은 적도 있다”며 인종차별 경험을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은 NYT에 “그 영상이 공개된 후 트럼프가 브라운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며 미 전역에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시위가 발생했는데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 시위가 2020년 대선 패배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진보 성향의 군 수뇌부를 ‘워크(Woke·깨어 있는) 장군’이라고 비꼬며 경질할 뜻을 밝혔다. 지난달 27일 군에서 DEI 정책을 금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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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케인 후보자의 인준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원 군사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상원의원은 “정치적 충성도에 의해 군 지도부를 해임하는 일은 군의 신뢰와 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람 이매뉴얼 전 주일본 미국 대사도 “아시아에서 신뢰받는 브라운 전 의장의 해임을 적대국이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는 22일 칼렙 비텔로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도 불법 이민자 추방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경질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