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반할 초상/이성훈 지음/456쪽·2만4000원·태학사
1710년 윤두서는 절친했던 심득경이 세상을 떠나자 슬퍼하며 기억을 되살려 그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림을 받아 본 심득경의 가족은 윤두서의 솜씨에 놀라며 눈물 흘렸다.
초상화를 통해 조선시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추적하는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조선 후기 사대부 초상화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정조 어진 제작 과정 등과 관련해 여러 논문을 발표하는 등 초상화 속 사회사를 주로 분석해 왔다. 이번 책에서는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어진’부터 왕이 하사하는 ‘신하 초상’, 각 당파나 학파의 정통성을 과시하는 ‘스승 초상’, 지방 수령과 백성들의 이해관계에서 생겨난 ‘목민관 초상’까지 조선시대 초상화 120점에 얽힌 이야기를 도판과 함께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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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자신의 성취를 자신감 있게 드러낸 ‘윤두서 초상’부터 86세 노모의 모습을 담은 ‘복천 오 부인 초상’,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화가가 아버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기록하려고 애썼던 ‘칠분전신첩’ 등에 담긴 인간적 이야기가 흥미롭다. 본문에서 다루지 못했지만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초상화 14점은 부록으로 소개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