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종전 협상] 종전 협상 배제에 “결과 수용 못해” 마크롱과 통화 등 우군 확보 안간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로 예정됐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다음 달 10일로 돌연 연기했다.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사우디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의 회담에 초대받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 없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사우디에서 종전 논의를 진행하면서 사실상 들러리가 된 것에 대해 공개적인 불만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설정한 최후 통첩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회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로 흡수하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계획을 지난해 6월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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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은 우군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지지한다”며 “협상을 완료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튀르키예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간 회담을 위한 이상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이며 동시에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이날 통화를 하고 유럽의 평화유지군 배치 등 안보 보장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파병될 것이라고 발표한 적은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