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봉준호 ‘미키 17’ 원작 비교 주인공 직업도 교사→자영업자로 계급 모순 지적 ‘설국열차’ 떠올라 ‘찌질한’ 미키, ‘기생충’ 기우 연상
숨 막혀서 죽는다. 얼어 죽는다. 방사능에 과다 노출돼 죽는다. 다쳐서 죽는다. 그냥 얼마나 일찍 죽는지 실험하기 위해 죽는다….
영화 ‘미키 17’ 표지. 워너브러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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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에서 마샬(마크 러펄로·가운데)은 ‘설국열차’ 윌포드처럼 현실 속 지배계급을 상징한다. 워너브러더스 제공
원작 소설에서 미키의 직업은 역사 교사다. 인류가 외계 행성 ‘니플하임’으로 이주하는 이유를 깊이 고민한다. 또 인류가 니플하임으로 이주하는 과정을 ‘디아스포라(이민)’ 선상에서 생각한다. “디아스포라를 설명할 방법이 달리 있을까? 테라포밍이나 예방 접종 걱정이 없고 지각이 있는 토착 생명체와 전쟁할 필요도 없는, 인류가 처음부터 보금자리로 삼아 왔던 단 하나의 행성을 떠나 니플하임 같은 장소로 이동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반면 영화에서 미키는 마카롱 가게를 창업했다가 망한 자영업자 출신이다. 익스펜더블이 실제로 무슨 일인지도 알지 못한 채 지원한다. 지나가는 여성에겐 “어떤 샴푸를 쓰냐”고 치근덕거릴 정도로 성에 집착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신을 억압하고 조롱하는 지배자에겐 한마디도 못 하는 ‘찌질이’이기도 하다.
소설에서 행성 이주를 이끄는 독재자 ‘마샬’은 군인처럼 냉정한 인물이다. 미키 7과 미키 8이 동시에 존재하는 ‘멀티플’ 상황을 인지한 뒤 “자네들은 괴물이야. 지금 자네들과 이야기하는 이유는 (둘을 죽이고) 아홉 번째 미키를 만들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야”라고 단호히 말한다. 미키를 죽여야 하는 이유도 외계 생명체와의 교류 등 나름 합리적 이유가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마샬(마크 러펄로)은 선동적이고 노골적인 정치인에 가깝다. “니플하임을 순수한 백색 행성으로 만들겠다”고 인종주의와 파시즘을 대놓고 드러낸다. 해외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풍자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에 대해선 호불호가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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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