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입 공매도 사실 인정되지만 대표-시스템운영자 공모 증거없어”
157억 원대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글로벌 투자은행(IB) HSBC(홍콩상하이은행) 홍콩 법인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1년 불법 공매도 형사처벌 규정이 신설된 뒤 IB가 재판에 넘겨진 첫 사례다.
1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김상연)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HSBC 홍콩 법인에 무죄를 선고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우리나라에선 주식을 빌리지 않고 미리 파는 ‘무차입 공매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HSBC가 무차입 공매도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외국에서 쓰던 관리 시스템을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쓰는 바람에 규제 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매도하기 전 반드시 차입을 확정지어야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홍콩 HSBC는 차입 확정 절차를 사후적으로 확인하는 정보관리시스템을 사용했기 때문에 국내법을 위반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문제가 된 트레이더가 그런 규제 위반 행위를 알면서도 공모했다고 판단하는 건 별도의 행위”라며 “HSBC의 대표이사나 관리시스템 운영자가 그런 규제 위반 행위를 알면서도 무차입 공매도를 공모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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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는 2023년 12월 BNP파리바와 함께 관련 혐의로 금융위로부터 과징금 총 265억2000만 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는 2021년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이 도입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과징금이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