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대형병원 환자 수용못해
지난달 31일 서울 도봉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의정갈등이 약 1년간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환자들은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해 만든 ‘의료공백 기간 초과사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7월 전국 의료기관에서 초과사망이 3136명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사망은 통계적 개념으로 의료공백에 따른 사망이 예상 평균치보다 훨씬 더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2∼7월 입원 환자 사망과 사망률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많거나 높았다. 2023년 2∼7월 국내 의료기관에는 491만6345명이 입원해 4만5724명이 숨졌으나 지난해 2∼7월에는 467만4148명이 입원해 4만7270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24만2197명이 덜 입원했으나 사망자는 1546명 늘어난 것이다. 2015∼2023년 2∼7월 입원환자 대비 평균 사망률도 0.81명에서 지난해 2∼7월에는 1.01명으로 상승했다.
광고 로드중
“의정갈등이 부른 치료 공백, 병원 못간 고령환자 초과사망 늘어”
[의정 갈등 1년] 〈상〉 병원 ‘초과사망’ 분석해보니
작년 2∼7월 초과사망 질환… 1위 기질성 장애, 2위 심부전-쇼크
전문의 적은 요양병원, 치료 한계… 대형병원 중환자실 가동률 27% ↓
“중증환자 진료대책 촘촘히 내놔야”
작년 2∼7월 초과사망 질환… 1위 기질성 장애, 2위 심부전-쇼크
전문의 적은 요양병원, 치료 한계… 대형병원 중환자실 가동률 27% ↓
“중증환자 진료대책 촘촘히 내놔야”
지난해 2월 6일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병원을 떠난 지 1년 가까이 지났다. 올해 상반기(1∼6월) 사직 레지던트 복귀율은 2.2%(199명)에 그치는 등 의정갈등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공백이 장기화될수록 환자들에 대한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어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정갈등을 조속히 해결하고 의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코로나 이후 사망자 감소 시기에 오히려 증가”
광고 로드중
의료계에서는 실제 초과사망자 수가 이보다 많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장을 맡은 김창수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기간 고위험군 사망자가 늘어난 걸 고려하면 2024년, 2025년에는 사망자가 줄어야 한다”며 “(초과사망자 수가) 과소추정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한정된 의료자원, ‘소극적 진료’ 이어져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의 환자들은 갑작스럽게 증세가 악화될 수 있고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응급 상황이 아니라도 협진, 추적관찰 등이 필요해 대형병원을 찾지만 이들을 치료할 의사들이 부족한 실정이다. 호남권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는 “상태가 많이 악화된 환자들이 응급실로 오고 있다”며 “신경외과 의사가 없을 때 신경외과 진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들어오면 진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전공의 이탈로 인력이 부족해진 병원들은 기존에 진료하던 환자들을 주로 담당하는 ‘소극적 진료’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한정된 인력과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기존 환자에게 집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대형병원의 내과계 중환자실 가동률은 2023년과 비교할 때 27.4% 감소했고 응급중환자실 가동률은 24.4% 줄었다. 반면 응급환자 사망률은 10.5% 늘었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병실과 의료 인력 운용에 여유가 있다면 환자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중증환자 진료-배후진료 강화해야”
의정갈등이 장기화될수록 환자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초과사망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도 의료공백을 버틸 중증환자 진료 대책을 보다 촘촘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도 “현재 정부 대책은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 인상으로 의료진 추가 이탈을 막고 경증 환자의 상급병원 이용을 제한하는 미봉책 수준”이라며 “응급실 배후진료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초과사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정부가 의료계 실무자들과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한해서라도 대화의 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초과사망특정 요인 때문에 일정 기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숨졌는지 통계적으로 추산한 지표.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